과거 영광 뒤로하고… 23분기 영업적자에 결국 백기드나

입력 2021-01-21 04:02
연합뉴스

한때 ‘초콜릿폰’으로 피처폰의 전성시대를 이끌던 LG전자의 모바일 사업은 과거 영광을 재현하지 못한 채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LG폰의 영광은 피처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5년 출시된 초콜릿폰은 2년도 채 되지 않아 글로벌 시장에서 ‘텐밀리언 셀러(1000만대 판매)’에 올랐을 만큼 높은 인기를 구가했다. 이후 출시된 ‘샤인폰’ ‘프라다폰’ 등도 흥행에 성공했다. 디자인, 콘셉트, 사용성 등에서 차별화에 성공하며 침체 분위기였던 휴대전화 사업을 반전시켰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후 고전을 거듭했다. 2012년 LG전자는 G시리즈, 2015년 V시리즈를 주력 제품으로 시장에 내놨지만 사용자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5G 시장이 열리면서 내놓은 신제품도 내리막길인 스마트폰 사업을 일으키기엔 역부족이었다. 시리즈명을 버리고 내놓은 ‘LG 벨벳’은 경쟁사 플래그십 제품 대비 저렴한 가격에 출시됐지만 주목받지 못했고, 새 폼펙터로 반전을 노린 ‘LG 윙’도 누적 판매량이 10만대에 그쳤다. 칩셋 사양을 낮춰 가격경쟁력을 키우는 전략이 가성비 논란만 일으킨 채 시장에 실망감을 줬다는 평가다.

LG전자는 적자 개선을 위해 꾸준히 비용 효율화를 시도했다. 제품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하도급 업체에 맡기고 브랜드만 붙여 판매하는 제조자개발생산(ODM) 비율을 높였다.

35년간 가동해온 경기도 평택 공장을 2019년 베트남으로 이전했고, 연구·개발(R&D) 인력은 타 사업부로 전환 배치해 몸집을 줄여왔다. 그럼에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온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사업본부의 매각설은 꾸준히 흘러나왔다.


부진한 성적은 2015년 2분기 이래 23분기 연속 영업적자로 이어졌고 누적 영업적자는 5조원에 달했다. 지난해 화웨이가 흔들리며 삼성전자·애플이 반사이익을 보는 동안에도 LG전자는 약 8000억원의 적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MC사업본부를 제외하면 지난해 LG전자의 영업이익은 4조원대로 올라간다. 앞으로 LG전자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생산은 접고 당분간 일부 중저가 스마트폰을 ODM 방식으로 사업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스마트폰 사업 철수 검토는 LG그룹 차원의 ‘선택과 집중’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주력 사업 외에 인공지능(AI), 로봇, 전장, 전기차 배터리 등 미래 성장동력을 집중 육성하는 구조로 사업을 재편하려는 시도다. 20일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LG전자 주가는 전날 종가 대비 12.84% 오른 16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