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빅 5’ 중 여성이 2명… 장관급 50% 유색 인종 발탁

입력 2021-01-20 04:03
미국 46대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인도 서북부 도시 암리스타에서 한 화가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인도계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의 얼굴을 벽화로 그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승리할 경우 유색 인종과 여성들을 중용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 약속은 대통령 당선 이후 충실하게 지켜졌다. 20일 낮 12시(현지시간) 공식 취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내각은 미국 역사상 최대의 다양성을 갖춘 ‘무지개 내각’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작은 부통령 후보자 인선이었다. 바이든 당선인은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태생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선택했고, 해리스는 이제 미국 최초의 여성 부통령이자 최초의 유색 인종 부통령이 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장관과 장관급으로 지명된 인사 중 유색 인종 비율은 50%로 집계됐다. 역대 최고 비율이다. 미국 정부에서 ‘빅4’로 불리는 법무·재무·국무·국방장관 자리와 미국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 등 5대 핵심 요직에 여성 2명과 유색 인종 남성 1명을 낙점한 것도 거대한 변화다.


18일 CNN방송은 바이든 당선인이 지명한 장관과 장관급 인사들을 분석한 결과, 백인과 유색 인종의 비율이 정확히 ‘50%대 50%’를 기록했다며 이 같은 유색 인종 비율은 지금까지 신기록이었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42%를 넘어선 것이라고 보도했다.


백인이 미국 전체 인구의 61%인 점을 감안하면 바이든 행정부에서 백인들의 장관직 비율은 인구 비율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바이든 내각에서 흑인의 장관·장관급 비율은 19%다. 히스패닉은 15%를 차지했다. 아시안계가 8%, 인디언 원주민이 4%를 각각 기록했다. 흑인들은 인구 구성 비율(12%)보다 장관급 비율이 더 높았다. 아시아계도 인구 비율 6%보다 장관직 비율이 소폭 높았다. 다만 히스패닉계는 인구 비율 18%보다 조금 낮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유색 인종 비율이 16%였던 점을 고려하면 바이든 행정부는 새로운 조류를 보인다고 CNN은 평가했다. 한 인권운동 지도자는 바이든 행정부의 인종적 다양성에 대해 “이정표를 이뤘다”면서도 “바이든은 (야구로 치면) 1루에 도착한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아시아계는 대만계인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포함해 2명이 장관급 요직에 임명됐지만, 2000년 이후 처음으로 부처 장관을 배출하지 못했다. CNN은 이번 대선의 자체 출구조사 결과,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61%가 바이든을 지지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의 내각 인선에서는 ‘최초’라는 기록이 쏟아졌다. ‘여성 최초’ ‘흑인 최초’에다 ‘성소수자 최초’ ‘원주민 최초’도 나왔다. NBC방송 등이 차기 바이든 행정부를 ‘최초들의 내각(Cabinet of Firsts)’이라고 부른 것도 이 때문이다.

바이든 당선인은 여성과 흑인 기용을 생색내기로 활용하지 않았다. 힘 있고 중요한 자리에 이들을 앉혔다. 정부 내 핵심요직인 ‘빅4’로 불리는 법무·재무·국무·국방장관 자리에 백인 남성을 2명만 기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빅4’를 모두 백인 남성으로 채웠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명자는 바이든 인선의 대표적 사례다. 바이든 당선인 인수위는 옐런의 지명 사실을 알리면서 “옐런이 상원 인준을 통과할 경우 미국 재무부 231년 역사에서 첫 여성 장관이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로 무너진 미국 경제 회복의 중책을 옐런 지명자에게 맡긴 것이다. 옐런은 미국 중앙은행장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경제계 거물이다.

흑인 군인의 전설인 로이드 오스틴도 국방장관에 지명됐다. 4성 장군 출신의 오스틴 지명자는 상원 인준을 통과하면 미국 최초의 흑인 국방장관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운다.

오스틴은 인사가 날 때마다 미국 흑인 군인 최초의 역사를 썼다. 그는 흑인 최초의 전투사단 장성이었으며, 흑인 최초 육군 참모차장이었으며, 흑인 최초 미군 중부사령관을 역임했다.

미국 정보기관의 수장인 DNI 국장에 여성을 지명한 것도 애브릴 헤인스가 최초다. 헤인스 역시 미국 정보기관들에서 일하며 다수의 여성 최초 타이틀을 보유한 인사다.

이들 외에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지명자는 쿠바 출신으로, 이민자 출신 첫 국토안보부 장관이 될 전망이다. 뎁 할랜드 지명자는 미국 원주민 출신 최초의 내무장관이라는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으로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사퇴했던 피트 부트지지 교통장관 지명자는 성소수자 중 최초로 장관에 지명됐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 인선에 대해 비판이나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인사들이 대거 중용돼 ‘오바마 재탕’ ‘동문회 인선’ 등의 비아냥이 나왔다.

인종 다양성과 양성 평등에 신경을 쓰다 보니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인사가 기용됐다는 지적도 있다. 또 흑인과 히스패닉에 치중돼 아시아계가 홀대 받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 지명자들은 상원 인준 과정에서 낙마할 수도 있다. 국방장관이 되기 위해선 퇴역 후 7년이 지나야 한다는 규정을 지키지 못한 오스틴 지명자 등이 특히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 문제가 불거지면서 장관 지명자들에 대한 상원 인준이 늦어지는 것은 바이든 당선인의 애를 태우는 대목이다. 바이든 내각 장관 지명자에 대한 첫 인사청문회는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19일에야 시작됐다. 바이든 당선인은 장관이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에 취임하는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미국이 돌아왔다 바이든 대통령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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