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미국 46대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한다. 그러나 새 대통령을 맞이하는 미국에는 희망보다 불안감과 공포의 그림자가 더 짙어 보인다. 소총으로 완전무장한 주방위군 2만5000명이 배치돼 대통령 취임식이 열릴 워싱턴을 지키는 ‘준(準)전시’ 상태가 미국의 현재를 말해준다.
미국은 코로나19라는 또 다른 전쟁의 현장이기도 하다. 코로나19가 모든 나라를 덮쳤지만 미국의 확진자와 사망자 수는 압도적인 세계 1위다.
바이든 당선인은 국민 통합과 코로나19 극복이라는 두 가지 난제를 안은 채 대통령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탄핵이라는 숙제도 기다리고 있다.
론 클레인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는 최근 인터뷰에서 미국이 대공황에서 신음하던 1933년 취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을 거론하며 “바이든 당선인은 루스벨트 이후 아마 가장 어려운 시기에 취임하는 미국 대통령일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국민 통합을 최우선 국정 과제로 설정했다. 이번 취임식의 주제는 ‘하나 된 미국(America United)’으로 정해졌다. 바이든 당선인은 역사적인 취임 연설에서도 ‘단합’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클레인 비서실장 내정자는 17일 CNN 인터뷰에서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사는) 나라를 전진시키고 단합의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모든 일을 완수하겠다는 메시지”도 취임사에 포함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케이트 베딩필드 백악관 공보국장 내정자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사에서) 지난 4년간의 분열과 증오를 뒤로하고 국가를 위해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우리 모두가 힘을 합칠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전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대선 승리 이후 당선인 신분으로 미국의 치유와 단합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미국 언론들은 그런 그에게 ‘힐러(healer)’ ‘유나이터(uniter)’ 등의 이름을 붙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의 국민 통합 노력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이 극우·보수층을 중심으로 여전히 막강한 데다 인종차별 문제 등 국민 통합을 가로막는 지뢰밭이 산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행정명령을 통해 트럼프 정책들을 빠르게 제거하는 ‘10일 전격전’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국민 통합과 트럼프 지우기라는 어쩌면 상호 모순되는 요구를 동시에 받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이 직면하게 될 코로나19 극복 과제 역시 지난한 문제다.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하는 한편 코로나19로 파괴된 미국 경제를 되살려야 되는 이중 삼중의 과제다.
미국의 코로나19 피해 상황은 통제 불가 수준이다. 현재 확진자는 2391만명을 넘어 2400만명을 향하고 있고, 사망자 역시 39만7400명을 넘어 4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첫 단계로 1조9000억 달러(2097조원) 규모의 긴급 경기부양안을 지난 14일 의회에 제안했다. 바이든 당선인은 이 부양안에 ‘미국 구조 계획(American Rescue Pla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AP통신은 전했다.
1조9000억 달러 가운데 1조 달러(1100조원)는 직접적인 구제에 사용한다. 여기에는 거의 모든 미국인에게 1인당 1400달러(154만원)를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지난해 말 미 의회를 통과한 600달러(66만원) 긴급지원을 합쳐 모두 2000달러(220만원)를 미국인들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또 실업급여와 세입자들에 대한 집세 지원, 식품·어린이보호·전기·수도 등의 지원책도 담겼다.
4400억 달러(487조원)는 소상공인 지원과 필수노동자를 위한 재원으로 쓰인다. 4000억 달러(약 442조원)는 백신 접종 확대와 코로나19 검사, 학교 개학을 위해 활용된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바이든 행정부의 목표는 취임 100일 내 1억회분의 백신 접종을 완료하고 봄까지 대부분의 학교를 개학시키는 것이다. 보건 당국이 코로나19를 억제하는 동안 미국 경제를 안정화시키는 것도 목표로 설정됐다.
그러나 바이든 당선인이 제안한 경기부양안이 그대로 의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공화당은 대규모 경기부양안이 국가채무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경기부양안의 의회 통과는 바이든의 대통령 취임 후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긴급 부양안에 포함되진 않았으나 바이든 당선인은 시간당 연방 최저임금을 15달러(1만6580원)로 현행보다 배 이상 인상하는 입법을 추진해 달라고 의회에 촉구했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바이든 당선인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계획이 의회의 경기부양안 처리를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 통합과 코로나19 극복이라는 바이든 당선인의 과제는 취임 초기 강력한 추진력을 필요로 하지만 트럼프 탄핵 문제가 발목을 잡을 수 있다. 트럼프 탄핵안은 지난 13일 하원에서 통과된 후 상원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과 동시에 트럼프 탄핵이라는 민감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 대통령 취임 초기 트럼프 탄핵 문제가 정면으로 부상할 경우 국민 분열은 물론이고 바이든 정부 어젠다와 내각 구성이 뒤로 밀려날 수도 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
[미국이 돌아왔다 바이든 대통령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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