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관련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왜 그동안 추·윤 사태 해결에 적극 나서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대해 문 대통령은 예전처럼 조용히 검찰총장을 물러나게 하는 방식을 택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답했다. 또 검찰총장 임기제와 총장에 대한 징계가 상충하는 게 아니라 서로 보완하는 관계라고 했고, 윤 총장에 대한 징계가 법원 결정으로 무산된 것에 관해선 “민주주의 원리가 아주 건강하게 작동되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특히 윤 총장에 대해선 “한마디로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힘을 실어줬다.
그동안 여권에서 비등하던 윤 총장에 대한 분노와 사퇴·탄핵 요구와는 딴판인 입장이다. 윤 총장 찍어내기에 몰두하던 여당 분위기와 괴리가 너무 커서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지만, 갈등을 더 키우지 않고 매듭지으려 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대통령이 이런 입장이었다는 사실이 진즉에 분명하게 알려졌다면 그토록 오랜 시간 온 나라가 소모적인 논란에 휩싸여 있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다. 정의당도 “수습책을 제시해야 할 때를 놓치고 이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뒤늦은 대통령의 등장”이라고 지적했다.
월성원전 관련 감사와 수사에 대해 문 대통령은 “감사원 감사가 정치적 목적의 감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검찰의 수사도 정치적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발언 역시 지금까지 여권의 전반적인 기류와 상반된다. 최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윤 총장에 이어 최재형 감사원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집을 잘 지키라고 했더니 아예 안방을 차지하려 든다”고 최 원장을 맹비난했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원전 관련 감사 및 수사에 대해 “민주주의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규정했다.
이제라도 대통령이 생각을 명확하게 밝혔으니 앞으로 여권 인사나 핵심 지지층이 윤 총장 및 최 원장에 대한 공격을 지속한다면 대통령의 뜻에 반하는 행동이 될 것이다. 정권 내부에서 더 이상 서로 반목하지 말고 민생 이슈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문 대통령은 “감사원의 독립성, 검찰의 중립성을 위해 감사 등에 일절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철저히 지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원칙은 앞으로도 잘 지켜져 여권에서 감사나 수사를 흔드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사설] 뒤늦게 검찰·감사원과의 갈등 진화 나선 문 대통령
입력 2021-01-19 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