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는 ‘빚투’ 기업은 생존… 나란히 지난해 대출 100조 급증

입력 2021-01-15 04:02
코로나19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 대한 금리 우대 및 1000만원 추가 대출 등을 지원하는 ‘소상공인 2차 금융지원 프로그램’이 오는 18일부터 실시되는 가운데 14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코로나19 대출 상담창구에서 직원이 한 소상공인과 대화 도중 자료를 찾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코로나19를 맞아 부동산·주식 투자를 위한 ‘영끌’ ‘빚투’로 인해 가계대출이 1년 만에 100조원 이상 늘어났다. 코로나에 직격탄을 맞은 업종과 자영업자의 수요가 늘면서 기업대출 증가액도 100조원을 돌파했다. 사상 초유의 가계와 기업 쌍끌이 대출 증가세 100조원 시대가 열린 것이다. 가계와 자영업자 등 ‘맷집’이 약한 차주를 중심으로 한 신용위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0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을 통해 지난해 말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전년도 말보다 100조5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증가폭이 가장 컸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1년 전에 비해 68조3000억원 증가한 721조9000억원을, 신용대출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타대출 항목은 32조4000억원 늘어난 266조원을 각각 기록했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정부가 8·4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 내리 매월 6조원 이상씩 증가했다. 기타대출도 8월에 5조7000억원 늘더니 11월에는 월 기준 역대 최고인 7조4000억원의 증가폭을 보였다. 당시 한국은행은 “주택매입 시 부족한 자금을 신용대출로 충당한 것이 기타대출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위기감을 느낀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옥죄기, 연말 보너스 유입 등으로 지난해 12월 기타대출의 증가폭이 4000억원으로 떨어졌음에도 연간 증가액은 역시 통계 작성 후 최대치를 나타냈다.

윤옥자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과장은 “지난해 주택매매 거래가 늘어난 데다 각종 생활자금 수요, 주식 매수 자금 수요 등이 복합적으로 가계대출 증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집값·전셋값 상승과 가계대출 증가는 따로 떼어놓고 볼 수 없다”고 전했다.

기업대출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 잔액이 976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07조4000억원 늘었다. 2019년 대출이 44조9000억원 증가했던 것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대기업은 지난해 19조5000억원 증가에 그쳤지만, 중소기업은 87조9000억원 늘어나 12월 말 대출 잔액은 804조6000억원을 나타냈다. 특히 코로나19 피해를 가장 크게 본 소상공인 등의 개인사업자 대출은 47조5000억원이나 증가했다. 12월 상황만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오히려 대출을 각각 5조원, 6000억원 줄였지만, 개인사업자만 1조9000억원의 빚을 늘렸다. 거리두기 강화로 한계에 달한 자영업자의 빚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가계와 기업의 대출 급증세는 금리 인상 또는 매출 부진이 이어질 경우 신용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당국의 건전성 관리를 통한 연착륙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호일 조민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