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지시 부동산감독기구, ‘공급속도전’속 미운오리새끼 되나

입력 2021-01-15 04:03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부동산감독기구(가칭 부동산거래분석원) 설립이 갑작스러운 공급 중심 부동산 정책 기조로의 전환 속에 표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말 취임사에서 부동산 시장 교란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부동산거래분석원을 신속히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의 법적 근거가 되는 법안은 발의 두 달이 지나도록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수요억제 정책의 대명사가 된 부동산거래분석원 설치가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정책 기조가 공급 확대 쪽으로 바뀌면서 동력을 잃은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14일 정부에 따르면 현재 국토부 산하 부동산시장불법행위대응반은 다음 달 중순이면 활동 기한이 종료되며 그 뒤를 부동산거래분석원이 잇는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일부 소개한 부동산거래분석원은 무소불위 소리를 들을 정도의 막강한 힘을 갖는 조직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9월 부동산시장점검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자본시장조사단 사례를 참고하겠다고 밝혔다. 변 장관은 한술 더 떠 부동산거래분석원에 시장 동향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는 ‘빅데이터’ 기능까지 거론했다. 변 장관은 지난달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빅데이터를 통해서 이상거래가 나타났을 때 분석하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부의 호기 있는 발언과 별개로 국회에서의 논의는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11월 초 근거 법안인 ‘부동산거래 및 부동산서비스산업에 관한 법률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두 달여가 지나도록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는 이 법안이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국회 국토위 관계자는 “여야가 이 문제에 대한 이견이 첨예하고 그동안 전세난과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 대책 등 현안이 많아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사실상 부동산거래분석원이 부동산불법행위대응반 활동기한 종료에 맞춰 출범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한 정부 관계자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이어 부동산거래분석원까지 만들면 공무원 조직만 비대하게 만든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국토부 역시 최근 주택시장 동향과 관련해 “그동안의 정책으로 주택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재편됐다”(지난 5일 변 장관 발언)는 평가를 내놓은 상황이라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고비용의 별도 기관까지 만들자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어렵게 됐다. 국토부는 부동산불법행위대응반 활동 기간 연장 등의 방안을 통해 부동산 불법행위 적발 등에 공백이 없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