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저축·통화 완화 겹쳐 자산 버블… 하반기 반작용 올 것”

입력 2021-01-15 04:08
김학주 교수는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모두 경험한 자산운용 전문가다. 김 교수는 12일 국민일보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개미들이 안정적인 수익을 얻으려면 일관된 투자원칙과 철저히 아는 종목으로 구성된 자신만의 투자 유니버스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현구 기자

김학주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는 증권업계에서 26년을 보낸 베테랑 증권맨 출신이다. ‘아시아머니(Asia Money)’ 선정 한국 최우수 애널리스트상을 2006~2008년 3년 연속 수상했다. 투자할 기업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에 이어 자산운용을 총괄하는 펀드매니저도 거쳤다. 금융시장과 산업에 대한 혜안을 가진 몇 안 되는 전문가로 꼽힌다. 김 교수를 만나 투자자들이 유동성의 홍수 속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을 물어봤다.

-새해에도 세계 증시가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국 증시는 ‘폭발’이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금융시장, 특히 증시 상황을 어떻게 봐야 하나.

“단기적, 직접적으로는 주지하다시피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해 막대하게 풀린 유동성 때문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회복이 순탄하지 않은 가운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제로 수준까지 정책금리를 떨어뜨렸다. 이미 코로나 이전부터 구경제 부문에서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좀비 기업이 늘어나는 등 미국 경제가 그리 좋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코로나 대응을 위한 정책금리 인하로 투자 수익의 주요 잣대인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가 떨어지자 미국으로 몰렸던 자금이 신흥국 등 해외로 이탈한 것이다. 한국 내 유동성도 당연히 늘어났고. 문제는 이런 현상이 단지 시작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인가.

“금융시장의 거품을 만들어내는 구조적인 요인이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세계 경제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것은 고령 인구의 폭증으로 대표되는 인구 변화다. 전후 가장 출산율이 높았던 시기에 태어난 세대인 베이비부머들이 전 세계적으로 은퇴하거나 은퇴를 앞두면서 더 이상 소득을 벌지 못하고 노후를 위해 저축을 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했다. 이러니 소비가 안 된다. 소비가 줄고 투자, 고용도 잘 안 되는 대신 저축은 과잉이 되는 것이다. 이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다. 인구 구조 변화에서 오는 과잉 저축에다 재정·통화정책 완화가 결합해 금융 부문에서 막대한 거품이 일어나고 있다.”

-고용, 생산 등 실물 경제 지표는 좋지 않은데 금융시장은 엄청난 활황인 이런 메커니즘이 지속할 수 있을까.

“증시라는 곳의 속성 자체에 그런 측면이 있다. 거시 경제지표는 현재 경제 상황이 어떤지 알려준다. 하지만 증시는 미래에 대한 기대를 사고파는 곳이다. 현재를 보지 않는 건 아니지만 주로 미래를 본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더욱 심화됐다. 과거에는 주가가 경제지표에 6개월 정도 선행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 정도가 아니다. 인구 구조 변화로 생활 방식과 산업 생태계가 바뀌는 징후가 확연해지면서 장기 성장동력은 무엇일지,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어떻게 바뀔까에 관심이 가 있다. 미래 사회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하는 바이오, 친환경, 인공지능 등 신성장산업에 엄청난 투자가 일어나고 있다. 부분적으로 미래에 대한 환상이 작용한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새로운 경제로의 전환 추세가 더 확고해진 것도 사실이다. 또 미국 정부 움직임을 보면 연준도 어느 정도의 자산 거품은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여기는 듯하다.”

-평생 주식투자를 한 적이 없는 노인들도 뭉칫돈을 들고 증권사를 찾는다고 한다. 위험한 징후 아닌가.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첫째는 과다하게 풀린 유동성으로 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지다 보니 위험이 있더라도 주식투자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이다. 1%대에 불과한 예금 이자율로는 노후 생활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과잉 저축과 통화 완화로 거의 모든 자산에 거품이 끼었다. 당연히 투자수익률이 떨어진다. 많은 사람이 위험 자산에도 상당 부분을 저축(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느낄 수 있다. 둘째는 정부의 정책 특히, 부동산 정책 실패로 주식 등 위험 자산으로의 쏠림이 심해진 것이다. 정부가 집값을 잡으려 수많은 대책을 쏟아냈지만, 결과적으로 집값과 전셋값을 더 올렸다. 이에 따라 상대적 박탈감과 위기의식을 느낀 무주택자와 젊은이들이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몰입하게 된 측면이 있다.”

-올해 금융시장 상황을 어떻게 예측하나. 위험은 무엇인가.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금리가 급격히 낮아졌고 돈도 너무 풀렸다. 올해는 그것에 대한 반작용이 조금 있을 것이다. 상반기에는 백신이 풀리기 시작했지만 어떻든 경기부양이 계속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중간중간 조정이 있을 것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미 연준이 금리 수준에 대해 다르게 생각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통화 완화정책을 지속하려면 국채를 시장에 팔아야 한다. 국채 금리가 지금처럼 낮아서는 다른 국가들이 달러 채권을 보유하려 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가면 달러 패권도 위험하다. 그래서 연준이 여러 통화정책 수단을 이용해 시장 금리를 조금씩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시장 유동성을 줄이는 효과를 낳을 것이고 당연히 세계 증시에는 불리한 요소다. 최근 만기 10년 미 국채 수익률이 1%를 넘은 것도 이러한 메커니즘이 언제라도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 게 좋은가.

“앞서 언급했듯이 하반기로 갈수록 미국의 시장 금리가 조금씩 오를 가능성이 있다. 달러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달러화든, 미 국채든 달러 자산을 점진적으로 사 모을 것을 권한다. 그리고 바이오, 신재생, 인공지능, 인터넷 보안 등 신성장 업종에서도 핵심 경쟁력을 가진 신생 업체에 대한 투자를 추천한다. 이런 기업들을 꾸준히 모아가면 좋겠다. 국내보다 해외에 탁월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들이 많다. 해외에는 비상장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장치도 있다. 신성장 산업의 개별 기업 투자는 불확실성이 크므로 그런 기업들을 모아 놓은 인덱스펀드 등에 투자하는 것도 좋다. 해외의 인덱스펀드를 사달라고 하면 증권사에서 사준다. 원자재 쪽으로는 친환경 테마의 부상과 맞물려 구리, 리튬 등에 관심을 가질 만하다. 전기차는 석유 차보다 구리가 3배나 많이 들어가며 리튬은 2차전지의 핵심 소재다. 미국의 리튬업체 앨버말, 세계 1위 구리업체 프리포트 맥모란 등을 보는 게 좋겠다. 부동산은 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금에 대한 투자는 어떤가.

“화폐 가치가 장기적으로 하락할 테니 장기 투자 계획으로는 좋다. 하지만 올해는 아닐 것 같다. 달러와 비교한 금의 최대 단점은 금리를 못 받는 것이다. 다 같은 안전 자산이지만 작년처럼 제로 금리로 갈 때는 금이 낫지만, 금리가 상승하면 당연히 달러 채권이다. 금은 약간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 길게 봐서는 괜찮지만, 단기적으로는 미국 채권이 낫다고 본다.”

-동학개미 현상을 어떻게 보나.

“동학개미의 의미가 ‘주가 방어를 위해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사들이는 개인투자자’라면 이는 말이 안 된다. 투자 기업을 고르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성장잠재력과 핵심 경쟁력(core competency)이다. 남이 모방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가진 기업은 어떤 역경에서도 삼아남을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이런 기업은 해외에 많다. 그리고 동학개미든 서학개미든 성공한 투자자가 되려면 두 가지가 필수다. 첫째는 일관성 있는 자기 나름의 투자원칙이다. 이게 없으면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없다. 다음은 자신만의 투자 유니버스(universe)가 있어야 한다. 자기가 공부해서 90% 이상 확실히 아는 종목들의 모임이다. 그런데 지금 개미들이 그런가. 똑같은 종목이라도 알고 하면 투자고, 모르면 투기다.”

프로필
한동대 ICT창업학부 교수(학부장)
-한가람투자자문 부사장(CIO)
-우리자산운용 운용총괄(CIO)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공무원연금 자산배분위원
-‘아시아 머니(Asia Money)’ 선정 3년 연속 한국 최우수 애널리스트
-영국 에든버러대 경영학 석사

배병우 논설위원 bwbae@kmib.co.kr

[논설위원의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