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의 시세조종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최 회장이 ‘반대매매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1000억원대 자사주 취득을 결정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주가를 띄워 차익을 거두려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대출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하락을 방어하는 의도에서의 자사주 취득이었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지난해 상상인저축은행 사건 당시 자사주 취득이 시세조종 범죄사실로 적용됐던 때와 유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1부(부장검사 전준철)는 SK네트웍스가 지난해 3~6월 총 1134억여원어치 자사주를 취득한 배경에 최 회장의 주식담보대출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은 SK네트웍스 206만7292주(0.83%)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검찰은 지난 7일 최 회장을 불러 조사할 때에도 자사주 취득 의도와 관련한 질문을 던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사주 취득을 통한 시세조종’은 최근 검찰의 기업 수사 과정에서 하나의 경향이 되고 있다. 법조계는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의 상상인저축은행 사건 수사,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수사 때 범죄사실에 공통으로 ‘자사주 시세조종’이 포함된 점을 거론하고 있다. 두 사건의 ‘자사주 시세조종’ 공통점은 주가를 띄워 차익을 실현한다는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보다는 기업이나 경영진 차원에서 주가 하락을 막아야 할 강력한 동기가 있었고, 그 동기가 고가매수나 통정매매 형식의 자사주 취득으로 이어진 구조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에서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반대하는 일부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자사주 집중 취득이 벌어진 일이 확인됐다. 검찰은 2015년 7~8월 제일모직 자사주 집중 매입에 다수의 고가매수 주문이 동반됐다고 봤다. 상상인저축은행 사건에서도 ‘레버리지 투자’로 인해 더욱 확대된 반대매매 손실을 회피하려는 시세조종이 발견됐었다. 담보로 제공한 주식 가치의 하락을 막으려 했다는 점에서 최 회장 사건과 유사하다는 평가도 있다.
자본시장에서 허용된 자사주 취득이 시세조종 범행이 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투자업계 연구원은 “가격 결정의 변수가 자사주 매입이라 하기에는 당시 주가가 지지부진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상반기는 코로나19로 인해 주식시장이 부진했으며 주주가치 제고를 충분히 고려할 만했다는 얘기다. 복수 증권사에 매매를 위탁한 상황에서 과연 이들에게까지도 범행 의도가 전해졌겠느냐는 반론도 있다.
결국 향후 수사의 관건은 최 회장의 담보가치 하락 방어 목적, 자사주 취득 과정에 석연찮은 고가매수나 통정매매가 있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일이 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당시에는 삼성물산 주가 하락을 방어하려는 목적에서 자사주를 취득하려 한다는 보고서가 단서가 됐었다. 검찰 관계자는 “최 회장의 재소환 및 신병처리 여부를 모두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