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는 꾸준히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전날 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아들을 부산에서 만나 “국가가 유가족 마음을 찢어놓았다”며 위로한 데 이어 12일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국민 통합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의 3자 구도 발언에 대한 기자들 질문에 안 대표는 “야권 지지자들 마음이 상처를 입을까 걱정된다”며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하자는 절박한 마음은 김 위원장과 제가 같을 것”이라고 답했다.
안 대표는 당 대 당 통합을 제안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의 면담도 미뤘다. 오 전 시장은 안 대표가 18일까지 국민의힘에 입당 또는 합당하면 출마하지 않겠다며 단일화 논의를 제안했다. 안 대표가 면담 일정 연기를 통보하면서 이를 사실상 거부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내부 의견도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나면 시민들에게 혼선과 피로감만 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나 전 의원은 13일 서울시 용산구 이태원동에서 출마 선언을 한다. 나 전 의원은 12일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의 오찬 회동에 이어 김 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를 두루 만났다. 그는 “경선 단계부터 차근차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내부 경쟁자인 오 전 시장이 안 대표를 끌어들인 ‘조건부 출마’로 헤매는 사이 제1야당 후보 타이틀을 따내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김종인 위원장은 CBS 라디오에서 안 대표와 관련해 “더는 거론하고 싶지도 않은 사람이지만 단일화를 하려면 솔직해져야 한다”며 공격했다. 김 위원장은 “누가 자기를 단일 후보로 만들어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단일 후보라 얘기한다”며 “정치상식으로 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안 대표 지지율을 세부적으로 분석하면 별 의미가 없다고 깎아내리면서 단일화 없이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러도 국민의힘 후보의 승리를 확신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와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 “콩가루집안 된다”고 한 데 이어 이런 발언을 쏟아낸 것은 국민의힘 내부 단속용 메시지 성격이 짙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제1야당 대표로서 지금은 우리 후보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권에서도 후보 단일화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두 사람이 각 당의 최종 후보가 되면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선문(文)후사’하겠다”며 열린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참여를 알렸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