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철의 여인’ 대처 사례 들며 “尹 ‘별’의 순간 맞았다”

입력 2021-01-13 04:03 수정 2021-01-13 04:03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온택트 정책워크숍’에 참석한 모습. 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이 지금 보이고 있을 것”이라며 “인생을 살면서 별의 순간은 딱 한 번밖에 안 온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면서 “여당에서도 확정적인 차기 대권 후보가 없기 때문에 현재 자기들 바운더리(경계) 내에 있는 윤 총장을 (차기 대선 후보로) 선택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윤 총장이 차기 대권을 거머쥘 기회에 근접해 있으며, 그가 여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거꾸로 김 위원장이 윤 총장을 야권 주자로 끌어내기 위해 견제구를 던진 것 아니냐는 해석도 뒤따른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별의 순간이라는 것은 나라를 다스리는 대권을 향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윤 총장이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지 않느냐. 내가 윤 총장에 대해 ‘별의 순간’이라고 말한 것은 그런 기회를 잘 포착할 줄 알아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철(鐵)의 여인’으로 불린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사례를 들었다. 김 위원장은 “영국 보수당에 있던 키스 조지프의 참모였던 대처는 키스가 당수를 뽑는 경선 출마를 포기하겠다는 말을 듣고 그 기회를 탁 잡았다. 그때 대처는 키스에게 자신이 출마하겠다는 말을 함으로써 기회를 살려 당수가 되고 총리까지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 위원장은 “별의 순간은 아무 때나 오지 않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총장을 제1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영입하려는 의도가 있느냐는 질문엔 “현직 총장에 대해 그런 생각을 할 수는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2011년 신드롬을 일으켰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관한 질문에는 “이미 2011년에 별의 순간이 끝났다”고 평했다.

야권 일각에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소신을 밝혔던 윤 총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오는 7월 퇴임 후 당분간 여당도 야당도 아닌 제3지대에 머무르며 세 규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윤 총장이 문재인정부 출범 후 적폐 청산 수사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다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여권에 찍혀 초유의 징계 대상에 오른 탓이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한 인사는 “평소 김 위원장은 ‘자기가 맘이 있으면 대선에 나오는 것 아니냐’는 정도로 윤 총장을 평가해 왔는데 그의 정치적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말한 것은 처음”이라며 “여러 복잡한 속내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