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선박과 선원들 조기 석방을 위해 협상에 나선 정부 교섭대표단이 별다른 소득 없이 빈손으로 돌아오게 됐다. 이란 측은 한국에 동결된 자금 70억 달러에 대한 이자 지급까지 요구하는 등 강공 모드를 유지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비롯한 정부 대표단은 12일 이란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공식 카운터파트인 이란 외무부 인사들은 물론 이란중앙은행 총재, 이란 최고지도자의 외교고문과 면담도 진행했지만 억류 해제를 받아내는 데 실패했다.
이란 측은 선박 나포가 여전히 해양오염 때문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한국에 동결된 원화자금 처리 문제와 관련한 구체적인 요구사항을 정부에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 측이 그 부분(동결자금)에 대해 자신들의 희망을 소상히 얘기했고, 우리도 다 아는 내용”이라며 “인도적 교역이라든가 여러 가지 다양한 방안에 대해 우리 측이 생각하는 것들을 솔직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란중앙은행 총재는 최 차관을 만나 동결자금에 대한 이자까지 요구했다. 압돌나세르 헴마티 총재는 전날 이란 국영방송에 나와 “이자 문제도 동결자금 해제와 함께 이 자리(최 차관과의 만남)의 안건 중 하나였고, 한국의 은행들이 이 자금을 사용했을 것이므로 이란은 이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이와 함께 한국에 동결된 자국 자금 약 70억 달러를 코로나19 백신 같은 의약품 구매 등에 활용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동결자금을 활용한 인도적 교역 확대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지만 미국의 제재까지 위반할 수 없는 입장이다. 한국의 금융기관이 자칫 미국의 2차적 제재 대상에 올라 상당한 벌금을 내거나 미국 측과의 거래가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란이 협상 수위를 점차 높이고 해양오염에 대한 조사 및 법적 처분이 완료돼야 석방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고수하는 만큼 억류된 우리 선박의 조기 석방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과거 영국과 인도 유조선도 나포된 지 1~2개월 만에 석방됐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