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장님, 지옥에서 사는 삶이 어떤 것인지 아십니까.”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故) 장준형 학생의 아버지 장모씨가 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부장판사 양철한) 심리로 열린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등의 결심공판에서 던진 질문이다. 앞서 김 전 청장 등 11명은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에 필요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아 304명이 목숨을 잃고 142명을 다치게 한 혐의(업무상 과실치사·상) 등으로 지난해 2월 기소됐다.
장씨는 이날 “사랑하는 아이를 덧없이 보내고 살아온 지난 7년여의 세월은 지옥의 세월이었다”며 “살아도 산 것이 아니고 죽어도 죽는 것이 아닌 삶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가리켜 “사고 후 두 시간 가까이 구조 책임자들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수장시킨 살인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을 전제로 승객이 목숨을 잃지 않도록 신속히 구조업무에 전념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씨는 “‘전원 탈출 시켜라’ ‘전원 퇴선 조치하라’는 명령 한 번이면 희생자 전원이 살 수 있었고, 저희 같은 불행한 유가족이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그는 “피고인들 중 누구도 단 한마디의 지시나 명령도 하지 않은 채 304명의 무고한 생명이 수장 당하는 걸 지켜보고만 있었다”고 질타했다.
장씨는 “피고인들은 무능, 무지, 무책임, 잘못된 관행이었고 불가항력이었다고 한다”며 “저들의 변명은 304명의 무고한 희생자에 대한 모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옥을 걸으며 보낸 지 7년”이라며 “다시는 무능, 무지, 무책임, 잘못된 관행이었다는 변명이 통하는 사회가 되지 않는 판결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장씨와 함께 법정에 나온 고(故) 이재욱 학생의 모친 홍모씨는 “위험하다는 이유로 배에 진입 시도조차 하지 않고 가장 기본적인 퇴선 명령을 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살인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중에 재욱이를 만나면 ‘엄마 잘 살다왔지’라며 한 번 꼬옥 안아주고 싶은 바람 뿐”이라고 했다.
이날 검찰은 “김석균(사진) 피고인에게 법이 정한 최고형인 금고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김 전 청장은 중앙구조본부장으로 최종책임자였음에도 책임을 회피했고, 그 결과 승객 304명이 사망하는 중대한 결과가 발생했다는 이유였다. 검찰은 김수현 전 서해해양경찰청장은 금고 4년, 김문홍 전 목포해양경찰서장은 징역 4년6개월을 구형했다. 나머지 구조책임자들에 대해서도 각각 징역·금고 1~4년을 구형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