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이 37년간 이어진 ‘하늘길’ 갈등을 끝내기로 했다. 제주도 남단 위 항공회랑은 중국과 일본까지 연결돼 있는데 우리나라는 관제권이 없어 항공기 충돌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세 나라는 새로운 항공로와 항공 관제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는 한국과 중국, 일본이 지난해 12월 ‘제주남단 항공길’ 안전 협력을 약속했다고 11일 밝혔다. 항공회랑은 항공로 설정이 곤란할 경우 특정 고도로만 비행하는 구역을 말한다. 중국과 일본의 직항로인 제주남단 항공회랑은 한국 비행정보구역(FIR) 안에 위치한다. 그런데도 한쪽은 중국 상하이 관제소에서, 다른 한쪽은 일본 후쿠오카 관제소에서 관제권을 갖고 있다. 과거 외교 단절 시기에 중국이 한국과의 교신을 거부하면서 두 나라만 관제권이 생긴 것이다.
1983년 처음 항공회랑이 운영됐을 때 하루 평균 항공기 교통량은 10대였다. 하지만 2019년 기준 항공기 교통량은 일평균 580대로 안전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데 한국은 관리 권한이 없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대안 마련을 요청했지만 일본이 비협조적이었다. 항공기 안전문제는 특히 후쿠오카 관제소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는데 일본은 한국 정부의 협의 요청에 답변을 피해 왔다. 그러나 한·중·일은 지속적인 서면 합의와 화상회의를 거쳐 마침내 합의점을 찾았다. 세 국가는 안전 위험이 큰 일본 관제 권역을 한국 측이 맡기로 했다. 또 한국과 일본 연결 구간에는 복선 항공로를 조성할 예정이다. 중국 관제 권역은 한·중 관계기관 간 직통선 설치 등 협초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1단계 조치는 오는 3월부터 시행된다.
또 한·중·일은 이르면 6월부터 2단계 추가 협의를 통해 인천비행정보 구역 전 구간에 새로운 항공로를 구축하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냉전시대에 만들어진 항공회랑을 거두고 새로운 항공로와 관제 운영체계를 도입하게 됐다”며 “1단계 운영을 차질 없이 준비하고 2단계도 문제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