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내는 이낙연·터프해진 정세균·말 아끼는 이재명

입력 2021-01-11 04:03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신년인사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8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질의에서 자영업자 관련 발언을 하다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달 22일 해양청소선 ‘경기청정호’에 오르고 있다(왼쪽부터). 최종학 선임기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들이 과거 유권자들에게 인식됐던 이미지 바꾸기에 나서고 있다. 대선을 1년여 앞두고 국정을 책임질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차원의 전략 변화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해 민감한 현안에 대해 일관되게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던 이낙연 대표는 새해 선제적으로 이슈 메이킹에 나섰다. 대표적인 게 사면론이다. 온화한 성품으로 잘 알려진 정세균 국무총리는 과거에 보기 쉽지 않았던 선명한 발언을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특유의 거친 공격수 스타일 대신 민감한 현안에 말을 아끼는 등 자제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10일 남북대화 재개를 제안하며 논쟁적인 4차 재난지원금 이슈를 다시 꺼내들었다. 이 대표는 “정부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긴밀히 공조하며 남북 관계를 타개하도록 대화를 모색하고, 북한도 호응하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날은 또 4차 재난지원금 지급 가능성을 시사했다. 사면론을 필두로 새해 들어선 당대표보다 대권 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달 말 진행될 신년 기자회견에선 ‘행복국가’에 대한 구체적 구상도 밝힐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 총리는 새해 들어 확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민감한 현안을 다룰 때도 좀처럼 언성을 높이지 않던 정 총리는 지난 8일 코로나 방역대책 긴급 현안질의에서 야당 의원들을 거칠게 몰아세웠다. 반면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때는 이례적으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정 총리는 최근 선명한 메시지 발신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7일 이 지사를 향해선 “더 이상 (재정을)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이례적으로 높은 수위의 공격을 날렸다.

정 총리 측의 한 인사는 대선 행보에 시동을 거는 것 아니냐는 분석에 “문재인정부나 당 지지도가 떨어진 것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막을 건 막아야 한다는 생각이 큰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아직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만큼 대선에 대한 공개적 언급은 꺼리는 모습이다.

이 지사는 최근 들어 ‘추미애·윤석열’ 사태나 사면론 등 민감한 중앙정치 현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진영 갈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이슈엔 공개적 언급을 삼가고 있는 것이다. 당내 지지도가 약한 이 지사가 지지율이 안정세에 접어든 만큼 친문 핵심 지지층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지사는 ‘단세포적 논쟁’이라는 정 총리의 공격에도 평소와 달리 맞받아치지 않았다. 이 지사는 “미세한 표현상의 차이를 제외하면 정 총리님 말씀이 모두 사리에 부합한다”며 여유를 보였다. 최근 한 토론회에서도 사면론과 관련해 “말을 하지 않는 것도 말을 하는 방법”이라며 몸을 사렸다. 다만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 등 복지 현안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서 다른 주자들과의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