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사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4차 재난지원금 전 국민 지원에 공식적으로 반대의사를 밝혔다. 전 국민 지원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여당에 대해 다시 한번 각을 세운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의견을 묻자 “정부 재원이 화수분이 아니므로 피해 계층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이어 “4차 지원금 논의는 시기적으로 이르다”면서 “이후 방역 상황이 어떻게 될 것인지, 피해 및 경제 상황이 어떨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그는 “재난지원금을 또 지급하려면 모두 적자국채를 찍어 조달해야 하는데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미래세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홍 부총리 발언은 지난 5일 이 지사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1차 지원금을 넘어선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대한 반박 성격이다. 또 내각 수반인 정세균 국무총리의 입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정 총리는 지난 7일 ‘이재명 지사님의 말씀에 부쳐’라는 제목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다.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총리와 부총리의 협공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낙연 대표가 이 지사를 옹호하고 나섰다. 이 대표는 홍 부총리 방송 출연이 끝난 지 1시간 만에 ‘3차 재난지원금은 충분치 않다’는 취지의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4차 재난지원금의 지원방식을 놓고 정부와 당 사이에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대통령 재신임을 받은 홍 부총리가 지난해 11월 주식 양도세 대주주 기준 완화 때처럼 사의를 표명하면서 ‘배수의 진’을 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홍 부총리는 이날 방송에서 “국정을 기재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정부 내 논의와 국회와 협의구조가 있다”면서 “재정당국의 의견을 이야기하지만 그대로 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퇴로를 열어놨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