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와 사투 중 동장군에 녹다운… 자영업자들 잔인한 새해

입력 2021-01-11 04:03
지난달 30일 대설주의보가 발효된 광주 북구에서 한 남성이 배달 오토바이를 끌고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에 폭설, 최강한파까지 더해져 자영업자들이 잔인한 새해 첫 달을 맞고 있다. 폭설이 내린 지난 6일 오후부터 일부 지역에선 5일째 사실상 배달대행 서비스가 멈췄다. 비대면 경제에 들어온 ‘빨간불’은 고스란히 자영업자 피해로 연결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지난해 12월 초 국숫집을 시작한 강모(32)씨는 지난 연말 5인 이상 집합 금지 때문에 제대로 장사를 못 했다. 그는 “점심 때면 근처 사무실에서 6~7명씩 와서 나눠 앉겠다고 했는데 정부 지침을 따르느라 돌려보내곤 했다”면서 “그때마다 ‘저 손님들 다시는 안 오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서 속이 쓰렸다”고 말했다.

강씨는 포장·배달그릇 등 집기를 갖추고 배달 서비스 준비를 하느라 개업하고 한 달쯤 지나서 배달의민족에 입점했다. 하필 포장·배달을 시작한 날이 전날 저녁부터 폭설이 쏟아진 지난 7일이었다. 강씨는 “처음부터 잘될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지만 날씨 때문에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있으니 야속하고 애가 탄다”고 말했다.

강씨처럼 최근 장사를 시작한 이들은 코로나19, 폭설, 한파 삼중고를 고스란히 겪으면서도 3차 재난지원금인 ‘버팀목자금’도 받지 못하는 등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매출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에게 지급되는 버팀목자금 100만원은 지난해 11월 30일 이전에 개업한 경우로 지원 대상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연일 이어지는 한파에 식당이나 카페를 운영하는 자영업자 가운데 직접 배달에 나서는 이들도 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모(43·여)씨는 배달 대행을 이용할 수 없게 되자 지난 8일부터 직접 배달에 나섰다. 이씨는 “주문이 들어와도 배달이 안 돼 취소를 계속해야 하는데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러다 속병이 생길 것 같아서 차라리 직접 배달하기로 했다”며 “동네 장사하는 분들도 하나둘씩 직접 배달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폭설이 내린 지난 6일 이후 쿠팡이츠는 일부 지역에서는 배달을 일시정지 중이고 반경 1㎞ 이하 주문만 배달을 하고 있다. 생각대로, 바로고, 부릉 등 배달대행업체는 지역에 따라 배달 시간이나 배달 가능 지역을 크게 줄였다.

배달이 가능하더라도 배달 수수료가 너무 비싸서 며칠 장사를 접은 경우도 생겼다. 서울 성동구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엊그제 배달료만 1만2000원을 부르는데 밑지는 장사 하라는 거라 그냥 취소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