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장 선거전이 ‘진흙탕 싸움’으로 들어가고 있다. 후보 4명을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은 정책토론회에서 네거티브 공방이 펼쳐지면서다. 이기흥 현 체육회 회장은 토론회 직후 이종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희회 대표상임의장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소했다. 또 이 의장은 이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을 예고했다. 선관위 제소와 검찰 고발은 모두 선거일까지 결론을 맺지 못할 수 있어 차기 체육회 집행부에 대한 후폭풍만 불러오게 됐다.
이 회장과 이 의장은 지난 9일 경기도 고양 빛마루방송지원센터에서 한국체육기자연맹·한국체육학회 공동 주관으로 열린 토론회에서 설전을 펼쳤다. 지난달 31일 공식 선거운동 이후 처음으로 후보 간 정책을 비교하고 공약을 확인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이 의장은 체육회의 향후 4년 과제를 주제로 토론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체육회를 이끌었던 이 후보의 과오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직계 비속 체육단체 위장 취업 의혹과 범죄수익 은닉 혐의를 주장했다. 이 회장은 “가짜뉴스로 토론하는 것이 한심하고 치욕스럽다.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위원 선임 과정에서) 검증을 마쳤다”고 반박했다.
이 의장 선거캠프 관계자는 10일 “이 회장에 대한 의혹은 신뢰할 만한 제보를 바탕으로 공익 차원에서 제기됐다”며 “체육계 내부인인 공익제보자가 이 회장의 막강한 영향력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장 측은 이 회장을 11일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이 의장의 의혹 제기에 대해 이 회장은 토론회를 마친 뒤 이 의장을 경기도 선관위와 체육회 선거운영위원회에 제소했다. 이 회장 선거캠프 관계자는 “이 의장이 허위 사실을 유포해 이 회장의 명예를 심하게 훼손했다”며 위탁선거법 제61조(허위사실 공표죄), 제62조(후보자 등 비방죄)를 인용해 “명백한 처벌 사유”라고 주장했다.
토론회에선 또다른 후보인 유준상 대한요트협회장, 강신욱 단국대 교수도 이 회장 비판에 나섰다. 잘못된 스포츠 문화를 바로잡기 위한 대책에 대한 답변 중 강 교수의 ‘카드깡’ 발언을 놓고 논란이 일어났다. 이 회장은 “토론회에서 전지훈련을 앞둔 감독들이 ‘까드깡’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지도자들을 범법자로 비춰지게 만들었다”며 후보 사퇴를 요구했다. 강 교수는 “카드깡을 해야 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는 것으로, 사전 예방과 제도 개선을 주장했다”며 “이 회장이 그 취지를 모를 리 없다. 선거꾼의 교묘한 행태”라고 되받았다.
유 회장은 이 회장의 출마 자격 조건과 관련한 체육 정관상 문제를 제기했다. 이 회장이 대한수영연맹 회장직을 수행하던 2016년 3월 25일, 관리부실로 수영연맹이 체육회의 관리단체로 지정한 바 있으며 이후 5년이 지나지 않았기에 이 회장의 체육회장 출마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한체육회장 선거는 오는 18일 대한체육회 대의원과 회원종목단체, 17개 시도체육회, 228개 시군구 체육회 임원, 선수, 지도자, 동호인 중 무작위 선정된 2170명의 투표로 진행된다.
김철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