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추문 탈당·사퇴 잇따른 제1야당, 책임지는 모습 보여야

입력 2021-01-11 04:02
제1야당 추천으로 선출된 정진경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이 9일 갑자기 사퇴했다. 교수 재직 시절 성추행 혐의로 징계를 받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진실화해위는 역사의 뒷전에 묻혀 있던 진실을 규명하는 기구로, 위원들에겐 올바른 역사관과 함께 높은 인권 의식과 도덕성이 요구된다. 그런데 성추행으로 정직 3개월의 중징계를 받은 인물이 버젓이 공당의 추천을 받았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해당 인선안을 하루 전 통과시킨 국회 본회의는 헛발질만 한 셈이 됐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 7일 김병욱 의원이 의원 보좌관 시절 성폭행 의혹이 유튜브 방송에서 제기되자 탈당했다. 김대군 부산기장군의회 의장은 동료 의원의 신체를 여러 차례 접촉한 혐의로 최근 불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제1야당에서 추천 혹은 공천한 인사가 잇따라 성 추문에 휩싸이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해당 사실을 사전에 밝히지 않은 당사자 잘못도 있겠지만, 공당의 검증 과정이 허술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힘은 당 차원의 사과를 하는 게 옳다. 당 내부 진상 조사를 통해 인사 검증 과정을 철저히 점검하고 허점이 있었으면 즉시 바로잡는 일도 필요하다. 잘못이 있었다면 당 조직에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제 인사들이 탈당하더라도 국회 윤리위 제소와 같은 후속 조치를 잊지 않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당이 공천한 인사들이 낙마해 선거를 다시 치르게 된다면 후보를 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21대 국회 들어 각종 논란으로 탈당하거나 제명된 여야 의원이 벌써 6명에 달한다. 서울과 부산은 성추문 단체장의 궐위로 오는 4월 보궐선거를 치러야 한다. 정치권은 당사자 사퇴나 탈당으로 책임이 사라졌다는 안이한 인식에서 벗어나 국민 앞에 무한책임을 진다는 태도를 확고히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