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휴일] 내가 너였더라면…

입력 2021-01-07 19:29

부모님, 사부님들 다 여의고
마음이 허전하고 공소한데
더는 어깨동무할 친구가 없구나
더는 소소한 감정을 나눌 이웃이 없고
더더욱 속내를 나눌 상대가 사라진
지금, 나는 홀로이 정처 없이 떠나련다

바위틈에 피어난 들꽃 한 송이
흘깃 눈결에 마주친 눈동자
반기듯 눈웃음이
허적이는 내 영혼에 날벼락을 치네
잠시, 고요에 잠기다

내가 너였더라면….

박이도 시집 ‘있는 듯 없는 듯’ 중

주위에 같이 할 이들이 더는 남아있지 않은 노시인은 들꽃 한 송이와의 마주침에 발길을 멈춘다. 우연히 마주친 꽃 한 송이를 흘깃 바라보는 그 짧은 순간에도 시인의 마음은 요동친다.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자연 속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세상에서 길들여진 삶을 청산하고 환상의 낚시터, 태곳적 자연의 나라로 떠나고 싶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