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진통 끝에 7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제정안을 최종 도출하고 8일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정의당과 유족은 원안보다 크게 후퇴한 법안이라며 반발했고, 여당에서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날 법안심사소위를 열고 마지막 쟁점이었던 법 적용 유예기간을 ‘50인 미만 사업장 3년 유예’로 정리했다. 앞서 정부는 50인 미만 4년 유예, 100인 미만 2년 유예를 제안했었다.
유족과 정의당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법이 누더기도 아닌 걸레짝이 됐다”며 비판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이 전국 사업체의 98.8%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이를 3년간 유예한 것은 애초 취지에서 크게 멀어졌다는 것이다. 고 이한빛 PD 아버지 이용관씨는 “죽음에도 차별이 있는지 묻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논란이 되는 것은 상시근로자 5인 미만 사업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토록 한 것이다. 이 내용은 당초 정부 원안에 없는 내용으로 법안심사 과정에서 추가됐다. 소상공인이 위축될 수 있다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강하게 요구했고,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 등이 동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엄청난 산재가 거기서 발생한다”고 반대했지만 막지 못했다. 다만 5인 미만이더라도 원청업체에는 경영책임을 물을 수 있게 했다.
정의당은 규모와 상관없이 동일하게 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강은미 원내대표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전체 사업장 중 79.8%를 차지하고, 산재 사고의 32.1%가 일어난다”며 “생명 안전에 차별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가 나왔다. 당 내에선 의원총회에서 “많이 후퇴한 것 아니냐”며 공개적인 지적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진 비례대표 의원은 “5인 미만의 사업장을 제외하면 큰 사각지대가 발생할 것”이라며 “법에 명시하지 않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게 합리적이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경영책임자 정의를 놓고도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여야가 합의한 제정안은 경영책임자를 ‘대표이사 또는 안전보건 이사’로 정의했다. 원안과 정부안에서는 ‘대표이사 및 안전보건 이사’로 경영책임자를 규정했다. 때문에 기업의 실질적 경영자가 하급자인 안전관리자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사위 간사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만일 사업 전반에 지시를 받고 수행하는 관계라면 대표이사까지 책임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처벌 수준은 원안보다 낮아졌다. 제정안은 1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2년 이상의 징역 또는 5억원 이상의 벌금(박주민 의원안),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상 10억원 이하의 벌금(강은미 의원안)을 규정한 원안보다 가벼운 수준이다.
동일한 사고로 6개월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중증 부상자가 2명 이상 나왔을 때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수위를 높였다. 급성중독 등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나와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하도급 관계에서는 용역·도급·위탁에 대해서만 책임을 지우도록 했다. 당초 원안에 있었던 ‘발주처’나 ‘임대인’은 책임 범위에서 제외됐다.
징벌적 손해배상액도 원안보다 완화됐다. 제정안은 피해액의 5배를 넘지 않는 선에서 배상책임을 지도록 했다. 피해액의 5배 이상(박주민안), 3배 이상 10배 이하(강은미안)보다 대폭 낮아진 수준이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