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올해 경제 회복에 대한 지나친 낙관을 경계했다. 보궐선거 등 때문에 경제 입법이 정치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점도 호소했다.
박 회장은 7일 온라인으로 열린 ‘2021년 경제계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통해 “평상시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단의 부양조치들이 있었고, 이들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우려했다.
박 회장은 코로나19가 우리 경제에 가져올 충격을 중장기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누적되고 있는 민간 부채, 자산시장 불균형은 우리뿐만 아니라 주요국 모두가 당면한 문제”라며 “이들의 조정 과정 속에서 기업 경영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는 일은 없도록 관리하는 등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출구전략’이 마련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한국 경제의 역동성 회복에 총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했다. 그는 “더욱 빨라진 글로벌 산업 변화 속에서 우리만 감당 못할 수준까지 뒤처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며 “국회에서도 산업 신진대사를 높일 수 있는 법안 처리에 올 한 해 전향적인 노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박 회장은 “특히 새해에는 보궐선거를 시작으로 정치 일정들이 많다”면서 “정치와 경제 이슈를 명확히 구분해서 접근해야 경제 입법 과정들이 정치 일정에 매몰되지 않게 대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의 발언은 경제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공정경제 3법’이 국회를 통화한 데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국회 처리가 임박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경제계 신년인사회는 코로나19로 인해 1962년 이래 처음으로 화상행사로 진행됐다. 약 600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했으며,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정세균 국무총리, 박 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 등 4명만 현장에 참석했다.
정 총리는 “기업이 일하기 편한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를 유지하면서 동시에 기업인 여러분이 체감할 수 있도록 과감한 규제 혁파를 이어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되는 박 회장 후임으로는 최태원(사진) SK 회장이 추대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상공회의소는 다음 달 초 회장단 회의를 열고 박 회장 후임으로 차기 회장 후보를 추대할 예정이다. 박 회장은 최근 재계 원로 등과 논의 끝에 복수의 후보군 가운데 최 회장을 차기 회장의 적임자로 낙점하고, 회장단 회의에서 단독 추대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