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씀씀이 줄이고 주식·부동산 ‘빚투’ 골몰

입력 2021-01-08 04:05
<자료:한국은행>

정부가 소비진작을 위해 역대급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재난지원금까지 나눠주고 있으나 가계는 오히려 씀씀이를 줄이고 주식 투자 등을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소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감안하지 않고 무작정 돈만 풀어왔던 방식을 재점검할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금순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자금운용 규모는 83조8000억원으로 1년 전(40조6000억원)보다 배가 넘는 43조2000억원이나 늘어났다.

이 가운데 금융기관 예치금이 24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27조3000억원)보다 줄어든 반면 주식과 펀드 등 지분증권 및 투자펀드 규모가 22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2009년 통계 작성 이후 최대치다. 채권 9조7000억원과 해외주식 투자 8조2000억원까지 포함하면 증권 투자에 굴린 돈이 40조4000억원에 달했다.

자금조달액은 53조2000억원으로 1년 전(24조원)보다 29조2000억원 증가했는데 대부분이 주식 부동산 등의 투자에 사용된 셈이다. 자금운용액에서 자금조달액을 뺀 여윳돈 성격의 순자금운용액은 30조7000억원으로 1년 전(16조6000억원)보다 두 배 가까이 많다. 아직도 주식 등에 투입될 실탄이 많이 남아 있다는 뜻이다.

한은 국민계정을 보면 정부의 3·4차 추경 집행에도 불구하고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빚까지 끌어모아 주식 투자 등에 골몰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3분기 80조4000억원이었던 정부최종소비지출이 지난해 3분기 84조7000억원으로 4조3000억원 늘어났다. 잇따른 재난지원금 지급 등으로 정부에서 가계로의 경상이전금액도 32조1000억원에서 48조2000억원으로 16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이에 따라 3분기 가계처분가능소득은 가구당 월평균 426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412만8000원)보다 13만3000원(3.2%) 증가했지만, 정작 민간최종소비지출은 233조9000억원에서 226조2000억원으로 7조7000억원(3.3%) 줄어들었다.

가계를 지원하느라 정부의 여윳돈(순자금운용액)은 8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6조4000억원)에 비해 반토막났다.

지난해 3분기 말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를 뺀 순금융자산은 2333조1000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88조2000억원 늘었다. 가계의 금융자산/금융부채 배율은 2.17배로 2017년 2분기(2.19배) 이후 가장 높았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