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을 이용해 우체국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길가의 요구르트 카트 앞에서 아이를 목마 태운 채로 간식을 사고 있는 젊은 엄마의 모습이 보였다. 모녀 곁을 지나치며 보니, 엄마 어깨 위에 앉은 아이가 엄마의 귀가 추울까봐선지 자신의 고사리 같은 손을 짝 펴서 귀와 볼을 요령껏 감싸주고 있는 게 아닌가. 단풍잎처럼 손을 한껏 펴서 엄마 얼굴을 감싼 아이의 표정은 어른을 돕는다는 자기 나름대로의 자부심과 함께 간식거리와 셈을 구경하는 즐거운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내 아이가 저맘때엔 제 시간에 퇴근도 못했을 뿐더러, 인대 부상으로 수술을 반복해 받느라 목마는커녕 함께 외출한 적도 드물었던 아쉬움 때문인지, 돌아오는 길 내내 그 엄마와 아이의 건강한 모습이 인상에 남았다.
추위에도 아랑곳없던 아이의 함박웃음 덕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병원에 돌아와 진료실로 향하는데, 한 여성이 온몸에 담요를 둘러싼 채로 휠체어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이동 통로에 다소 외풍이 불기는 하지만 저렇게까지 꽁꽁 싸맬 정도는 아닌데 하고 생각하던 찰나, 링거를 맞기 위한 부목과 붕대가 칭칭 감긴 채 담요 밖으로 빼꼼 나온 작은 손을 보았다. 아픈 아이가 추울까봐 엄마가 아이를 안은 채로 담요를 두르고 있었던 것이다. 젊은 엄마의 얼굴은 아이에 대한 걱정 때문인지 긴장으로 파리했다. 아이 얼굴은 담요에 싸여 보이지 않았지만, 손의 크기로 미뤄 조금 전 밖에서 보았던 아이와 비슷한 또래였을 것이다.
비슷한 시기, 동장군의 방해에도 엄마와의 외출이 마냥 즐거운 아이와, 자식의 아픔만큼 가슴이 아플 엄마와 병원 생활 중인 아이, 그리고 건강하든 아프든 맘껏 안길 수 있는 가족의 사랑 대신 학대와 폭력으로 죽거나 죽어가고 있는 아이들이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함께 존재한다. 부디 저 고사리 같은 작은 손길에는 웃음만 함께하길 간절히 바라게 되는 요즘이다.
배승민 의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