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원씩!”… 동부구치소 확진 수용자들, 국가 상대 손배소

입력 2021-01-07 00:06 수정 2021-01-07 09:20
방역 관계자들이 6일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의료폐기물이 담긴 박스를 수거하고 있다. 동부구치소 수용자 4명은 이날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에 확진된 수용자들이 6일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가 야기한 교정시설 내 집단감염으로 겪은 피해를 보상해 달라는 취지다. 수용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수용자 78명의 추가 확진이 확인되면서 동부구치소 관련 확진자는 단일 집단감염 사례 중 두 번째로 많은 사랑제일교회 확진자 1173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수용자 4명은 이날 국가를 상대로 1인당 1000만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피해자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청의 곽준호 변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수용자를 완전히 통제하는 권한을 갖는 정부가 선제적인 방역 조치에 실패했고 감염 발생 이후에도 대응이 미흡했다”며 “급속도로 확산된 집단감염으로 입은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보상해 달라”고 밝혔다. 정부가 확진자 발생 초기에 전수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고, 확진자와 의심증상자를 사전에 분리 조치하지 않아 과밀 수용 문제를 방치했으며 수용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아 집단감염을 초래했다는 취지다.

다만 수용자들은 이번 소송으로 향후 불이익을 받을까봐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곽 변호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정치적 모양새로 비춰지는 것을 수용자들이 가장 걱정한다”며 “가족들은 확진 사실을 제때 통보받지 못하고, 수용자와의 서신 교류 등이 막히면서 상당히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곽 변호사는 구치소 내 CCTV 등에 대한 증거보전을 신청하며 정부의 과실을 입증할 증거 수집에도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정부의 방역 실패가 인정돼 수용자들이 일정 금액을 배상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한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확진자와의 신속한 격리 실패, 마스크 미지급 등 국가가 수용자 보호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보여 위자료를 지급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교정시설 내 과밀 수용 문제만으로도 국가의 배상 지급을 인정한 법원의 판결도 회자되고 있다. 법원은 2019년 11월 수용자가 2㎡에 미치지 못하는 협소한 공간에서 생활해 고통받았다며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무부는 동부구치소 직원 429명과 수용자 338명에 대한 6차 전수검사 결과 수용자 78명이 추가 확진됐다고 밝혔다. 동부구치소 수용자 67명과 남부교도소 수용자 1명, 동부구치소에서 이감된 영월교도소 수용자 7명, 강원북부교도소 수용자 3명이 추가 확진됐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교정시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1203명을 기록했다.

한편 법무부는 동부구치소에서 확진된 수용자 일부를 향후 진천 법무연수원에 수용할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지정해 확진 수용자 가운데 형집행정지가 결정된 이들 중 수백명을 이송하겠다는 얘기다. 진천 법무연수원에는 한동훈 검사장 등 직원 1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인근 주민들과 그곳에서 근무하는 검사들의 동의·설득 과정이 필요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구승은 기자 gugiz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