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개미의 힘’… 코스피 사상 첫 3000 고지 밟았다

입력 2021-01-07 04:00
6일 코스피지수는 역사적 3000선을 찍었다. 개장 직후 전날보다 36포인트 이상 오르며 3027.16의 최고점을 보인 지수는 이후 치열한 일진일퇴를 보이다가 장 막판 기관의 무더기 매도세로 결국 2968.21로 하락 마감했다. 하지만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들의 지속적인 매수세가 건재해 3000선 안착은 시간문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찍힌 3003.54라는 숫자가 증시의 새 시대를 보여주는 듯하다. 윤성호 기자

“전화를 끊으면 오고, 끊으면 또 오고…. 쉴 틈이 없습니다.”

코스피가 ‘3000 고지’를 밟은 6일 증권사 지점들은 개인투자자들의 문의로 온종일 바쁘게 돌아갔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한 폭락장에서 지수 상승을 주도한 ‘동학개미’의 기세가 새해 들어 더욱 거세진 모습이다.

미래에셋대우 테헤란밸리 자산관리센터의 황성훈 차장은 “최근 코스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투자 문의 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재확산 와중에도 방문 고객 역시 늘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투자자의 최대 관심사는 ‘지금 사도 늦지 않느냐’다. 개인은 이미 지난해 코스피·코스닥시장에서 64조원을 사들인 데 이어 올해 3거래일 사이 4조원 가까이 순매수했음에도 주식 투자 수요가 아직 남아 있음을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당시 폭락장에 지레 겁먹고 주식을 내던지던 개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황 차장은 “현재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고객들이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며 “이번 장에서 용감하게 ‘추격 매수’한 투자자들이 실제로 수익을 많이 냈기 때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강력한 부동산 규제 탓에 투자처를 잃은 분들 사이에서 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비대면 투자설명회도 연일 성황을 이루고 있다. 지난달 유튜브로 생중계된 삼성증권의 ‘해외주식 언택트 콘퍼런스’는 하루 만에 3만5000명이 시청했다.

이날 코스피는 개장하자마자 전날 대비 10포인트 넘게 오르며 사상 처음 3000을 돌파했다. 1980년 1월 100으로 설정한 코스피가 1989년 3월 31일 처음으로 1000을 기록한 지 31년10개월 만이고, 2007년 7월 25일 2000에 도달한 지 13년6개월 만이다.

연합뉴스

지수는 전날보다 22.36포인트(0.75%) 하락한 2968.21로 마감했지만 막판까지 3000에 안착하려고 애썼다. 개장 직후 3027.16까지 찍은 코스피는 오후 1시쯤 2970선대로 하락했다가 오후 2시30분쯤 다시 3000선을 넘겼다. 하지만 막판 기관 주도의 강한 매도세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흘러내렸다.

기관이 내던진 주식은 1조3742억원어치다. 지난달 29일(1조9733억원)을 제외하면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최대 규모 순매도다. 이들은 오후 3시 전만 해도 1조원을 밑돌던 순매도 규모를 마지막 30분 동안에만 3300억원어치(30%) 더 늘렸다. 외국인은 6697억원어치를 팔았다.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3000이라는 숫자가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매물을 받아내며 지수를 3000에 올려놓으려 분투한 건 개인투자자다. 이들은 2조24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개인이 2조원 넘게 사들인 건 지난해 11월 30일(2조2205억원), 지난달 29일(2조1969억원)에 이어 사상 세 번째다.

조민아 강창욱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