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구원·종말… 기독교 신앙 간단명료하게 소개

입력 2021-01-08 03:02

기독교 신앙은 진공에서 생성되지 않습니다. 기독교 신앙은 역사라 부르는 신적 섭리 안에서 형성돼 왔습니다. 그래서 기독교를 ‘역사적 기독교’라 부릅니다. 오늘날 우리가 믿는 기독교는 오랜 세월의 역사 속에서 틀을 갖추며 내용이 축적되고 정련돼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달리 말해 역사적 용광로 속에서 온갖 이물질을 제거하며 신앙의 내용이 형성됐다는 뜻입니다. 기독교 형성기에 해당하는 신약성경 시대부터 초대교회와 중세를 거쳐 르네상스라는 파고를 타고 종교개혁에 이르렀고, 계몽주의 광풍에서도 경건주의 태동과 부흥 시대를 열며 현대로 왔습니다. 거칠게라도 기독교 2000년 역사를 조감하며 기독교 신앙이 어떤 여정을 지났는지를 살피는 건 매우 중요한 신학적 작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이 바로 이런 목적 아래 쓰인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의 내용(하나님, 예수, 구원, 교회, 종말)을 간단명료하게 소개하는 출중한 안내서입니다. 이 작업을 위해 여러 명의 복음주의 신학자가 팀을 이뤘습니다. 영국인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래스 박사가 선장 노릇을 하고, 고 제임스 패커 박사가 배의 타를 잡습니다. 선장 맥그래스를 비롯해 여섯 명의 탁월한 승무원이 기독교 신앙의 해도를 그려냅니다.

세월과 시대에 따라 신앙의 내용을 담는 형식은 다양했습니다. 형식이 내용을 변형시키는 예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신앙공동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앙의 내용입니다. 기독교 신앙은 기독교 신학의 젖을 먹고 자라야 합니다. 기독교 신학은 어떤 식으로든 성경에 바탕을 둬야 합니다.

그렇다면 논의는 ‘믿음(신앙)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으로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믿음의 정의, 믿음과 이성의 관계, 믿음과 진리, 믿음과 계시, 믿음과 인간의 삶·종교 등에 관해 이해의 폭을 넓혀야 합니다.

이 책의 여러 기고자는 각자 신학적 특기에 따라 신앙의 내용을 크게 6가지 항목으로 나눠 설명합니다. 조직신학의 주제별 분류에 따라 신론, 기독론, 구원론, 교회론, 종말론을 포괄적으로 심도 있게 해설합니다.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복음주의의 포괄성입니다. 기독교 신앙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쟁점에 대한 논의에 있어 복음주의 신학의 합의점을 말하면서도 다양한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너그럽게 기술하는 겸손한 태도도 갖췄습니다. 700쪽에 이르는 방대한 조직신학 책임에도 신학의 대중화를 염두에 두고 쓴 가독성 높은 저술입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며 많은 영적 유익을 얻었습니다. 대답과 함께 더 많은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을 설교자의 서재에, 그룹 토의의 교재로, 개인 경건을 위한 양서로 추천합니다.

류호준 목사(전 백석대 신학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