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힘겨루기를 펼치고 있다. 각각 3파전 구도에서 야당 후보가 이겼던 이른바 ‘조순 모델’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뤄냈던 ‘박원순 모델’을 생각하며 동상이몽을 꾸고 있다. 단일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3자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김 위원장과 시민 경선을 통해 야권 단일 후보로 올라서겠다는 안 대표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김 위원장은 6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우리 당에 안 들어온다니 우리는 우리대로 당 후보 확정 작업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 다음에 단일화를 하겠다면 (후보 등록을 앞둔) 3월에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안 대표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두면서도 안 대표가 구체적인 단일화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한 국민의힘 자체 후보를 선출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이 본선에서 3자 대결 가능성까지 열어놓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최근 주변에 1995년 민주자유당 정원식 후보, 무소속 박찬종 후보와 펼친 3파전에서 승리한 민주당 조순 전 서울시장 사례를 거론했다”고 말했다. 당시에도 선거 초반에는 무소속 돌풍에 힘입어 박 후보가 앞섰지만 결국 야당의 조 후보가 당선됐다. 안 대표가 지지율에 기대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단일화를 거부할 경우 3자 구도로 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반면 안 대표는 2011년 당시 박원순 후보와 박영선 민주당 후보 간 단일화 방식을 염두에 둔 모습이다. 자신의 지지율이 높은 만큼 선거가 임박할 때까지 기다리면 야권 후보 단일화 압박이 커질 테고, 결국 국민의힘이 ‘박원순 모델’ 같은 방식의 단일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시민운동가였던 박 전 시장은 당원 투표 없이 치러진 시민 경선에서 TV토론 배심원단 평가와 여론조사에서 앞서 최종 후보가 됐다.
안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중도 확장을 위해선 국민의힘 내부 경선보다 제3지대 경선이 더 유리할 수 있다”며 “여권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이 서둘러 후보를 정하는 것보다 2월쯤 단일화 후보를 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보궐선거 본경선을 일반시민 여론조사 100%로 치르는 방안을 사실상 확정했다. 안 대표 등 외부 인사가 당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개방한 것이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본경선은 100% 여론조사, 예비경선은 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비율을 80대 20 혹은 70대 30으로 두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아가는 중”이라며 “국민의힘을 플랫폼으로 범야권 통합 경선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한편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만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겠다고 밝혔다. 금 전 의원은 “1월 중 또는 설 전에 공식적으로 말씀드릴 것”이라며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분들을 제외한 모든 분이 힘을 합쳐 집권여당을 견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우 이상헌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