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부모 “입양은 죄가 없다”… ‘정인이 사건’ 본질은 학대

입력 2021-01-07 04:02

‘정인이 학대 사망사건’이 전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면서 입양가정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입양가정 부모들은 아동학대가 본질인 이번 사건을 입양의 문제로 흐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입양가정 부모 김덕신(52)씨는 6일 “아동학대가 아닌 입양에 죄를 묻는다면 또 다른 정인이는 살아오지 못한다”며 “입양은 죄가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정인이 사망 이후 장례식에 직접 참석해 조문했고 주변 입양가족들도 조용히 추모에 동참했다. 하지만 사건의 공분이 ‘학대’에서 ‘입양’으로 옮겨가면서 입양가족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김씨는 “입양 관리에 만전을 기하라는 대통령의 발언은 정인이가 숨진 원인과 책임을 입양에서 찾는 것”이라며 “정인이가 입양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입양부모들이 죄인이 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잘못에 대한 엄벌은 필요하지만 이 문제를 전 입양가정으로 확대해석할 순 없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2018~2019년에 발생한 70건의 아동학대 사건 중 입양가정은 단 1건이었으며 입양부모가 아이를 학대하는 경우는 0.4%에 불과하다는 통계청 조사도 있다는 것이다. 정인이 양모가 정신과 병력에도 입양 허가를 받으면서 허술한 승인제도 논란이 제기됐지만 대부분의 부모는 입양에 오랜 시간을 쏟는다고 한다. 김씨는 “범죄경력 확인, 정신감정 등의 사전조사와 판사 심문 등을 거치면 입양 승인에 최소 9개월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김지영 전국입양가족연대 국장도 “정인이 사건과 입양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 국장은 “학대 문제를 입양으로 왜곡하면서 입양이 필요한 아이들이 희생당하고 있다”며 “입양기관을 모두 기피기관으로 낙인찍으면 앞으로 입양을 보내야 하는 아이와 현재 가정에서 사랑받아야 할 아이는 어떡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학대라는 본질을 주지하면서도 입양제도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명숙 상지대 아동복지학과 교수는 “정인이 사건은 입양제도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정부가 아동학대 예방의 공공화를 선언했듯 입양아들에 대한 책임도 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입양 전 양부모의 지인 및 주변 환경에 대한 충분한 사전 정보를 파악하고, 입양 후에도 꾸준한 방문 점검을 실시하는 등 각 기관의 사전·사후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며 “동시에 국가는 이를 위한 인력·재정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보현 정우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