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Z세대, 코로나 고난에 신앙 깊어졌다

입력 2021-01-07 03:02

코로나19 팬데믹을 겪는 동안 영국의 Z세대(16~24세) 중 하나님을 믿는 비율이 밀레니얼세대(25~39세)보다 높아졌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영국의 여론조사기관 유고브(YouGov)가 지난해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영국인 216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하나님 혹은 영적 존재를 믿는가’라는 질문에 Z세대의 23%가 ‘하나님을 믿는다’고 답했다. 밀레니얼세대는 19%에 그쳤다. ‘영적 존재의 힘을 믿는다’는 응답까지 합하면 Z세대 응답자 3명 중 1명 이상(36%)은 하나님 혹은 영적 존재를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 다 믿지 않는다’는 45%,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4%였다.

유고브 측은 “지난해 1월 조사 당시 Z세대의 ‘하나님을 믿는다’는 응답이 21%를 나타냈던 것에서 2% 포인트 상승한 것”이라며 “하나님을 포함해 영적 존재를 믿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는 건 주목할 만한 현상”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이 젊은 세대의 신앙심 형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미국 코넬대 랜든 슈나벨 교수는 런던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젊은 세대, 특히 Z세대의 신앙심은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려왔기에 이번 조사가 눈에 띄는 결과였다”며 “느슨해져 있던 가정 내 기독교 정서가 코로나19로 인해 팽팽해지고 가족과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Z세대들이 그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미국에선 이런 현상이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스턴일리노이대 라이언 버지 교수는 “미국인들은 통계적으로 영국인보다 더 높은 종교성을 갖고 있지만, 이 같은 경향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면서 “특히 2018년 진행된 미국 내 ‘일반사회 조사’에선 Z세대의 ‘하나님을 믿는다’는 응답이 밀레니얼세대에 비해 현저히 낮았다”고 설명했다.

유고브 조사에서는 영국인들의 약해진 기독교적 정체성과 관련된 응답도 눈에 띄었다. 전체 응답자 10명 중 4명(41%)이 ‘하나님이나 영적 존재를 믿지 않는다’고 답한 것이다. 성탄절에 대한 인식에서도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졌다. 영국인 대부분이 성탄절을 기념하고 있었지만, 응답자 82.5%는 성탄절을 ‘세속적 행사’로 보고 있었다. ‘종교적 행사’로 인식하는 응답자는 8.5%에 불과했다. ‘영국인들이 인식하는 성탄절의 종교적 측면’에 대한 질문에서도 80.8%가 ‘줄어들고 있다’고 답했다. ‘늘어나고 있다’는 응답은 1.0%에 그쳤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