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코로나의 재앙을 맞아 신음하고 있지만 자본시장만은 딴 세상이다. 한국뿐 아니라 상당수 국가의 주가지수가 연일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한때 퇴출된 것으로 보였던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도 코로나19의 비대면·디지털 시대를 맞아 화려한 부활에 성공했다.
지난해 미국의 S&P500지수는 68% 올랐다. 무려 33차례나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중국의 CSI300지수는 지난 4일 2005년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미국에 버금가는 50% 가까운 상승률을 보였다. 이처럼 세계 증시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놀라운 복원력을 과시하며 40% 가까이 상승했다.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초저금리와 재정투입으로 천문학적인 유동성이 시중에 풀린 것이 주가를 끌어올린 동력이다. 낮은 이자비용과 정부 빚에 기대 ‘주가파티’를 즐기고 있는 셈이다. 재무부 채권 등의 매입을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자산이 지난해 3월 말 5조2500억 달러에서 지난해 12월 7조3600억 달러로 늘어난 데서도 시중에 달러가 얼마나 풀려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은 올해 미국 정부부채 수준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104.4%로 추산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가 지난달 펀드매니저들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자신들이 추종하는 벤치마크 관련 펀드보다 보유현금이 부족하다고 답했다. 이는 2013년 5월 이후 처음으로, 그만큼 주식시장이 과열됐음을 보여준다.
주가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당분간 황소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견해가 많다. 지난달 24일 미국 개인투자자협회(AAII) 조사결과 향후 6개월 강세장을 예상한 응답자가 43.57%인 반면 약세장을 전망한 응답은 21.99%에 그쳤다.
근저에는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책 당국이 경기를 계속 부축할 것인 데다 백신 보급까지 가세해 경기가 더 호전될 수 있다는 낙관론이 자리 잡고 있다. 오는 20일 출범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공격적인 재정정책을 예고하고 있다. 이 경우 달러 약세가 지속할 가능성이 커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증시로 외국인 투자자금이 더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
달러 약세는 변동성이 높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가격까지 부추기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6일 비트코인 가격이 장중 사상 처음으로 3만5000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주요투자은행들은 비트코인이 올해 안에 10만 달러 가까이 치솟을 것으로 보고 있다. JP모건은 최근 금시장에서 70억 달러의 자금 가운데 30억 달러가 비트코인 투자펀드로 유입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경기회복이 가시화되면 각국 중앙은행과 정부가 펼쳤던 부양책 강도가 약화할 수 있다는 점은 자본시장에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정건전성 회복의 필요성이 부각될 경우 증시 압박요인이 될 수 있다. 그동안 기대치 이상으로 상승장을 주도했던 언택트 관련 기술주들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거꾸로 주가 하락을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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