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 보혈 의미 되새기며 헌혈로 생명 나눔 이어갈 것”

입력 2021-01-07 03:03
전효창 창원문성고 교사가 6일 경남 창원의 학교에서 헌혈 명예대장 증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전효창 교사 제공

“코로나19로 혈액이 부족한 이때 기독인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일회성이 아닌 지속적·주기적으로 헌혈하면 좋겠습니다. 과거 이 땅의 근대화를 이끌던 기독교 아닙니까. 일부 교회의 코로나19 일탈로 어려운 요즘일수록 예수님 십자가의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헌혈운동이 절실합니다.”

경남 창원문성고등학교 윤리교사 전효창(60)씨가 6일 수화기 너머로 전한 이야기다. 창원 서머나교회(배성현 목사) 안수집사인 그는 지난달 31일 송구영신의 의미로 생애 201번째 헌혈을 했다. 그에 앞선 15일에는 200회 헌혈을 기념해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헌혈 명예대장 포장증’을 받았다. 적십자사는 30회 이상 헌혈자에게 은장, 50회는 금장, 100회는 명예장, 200회는 명예대장, 300회엔 최고명예대장을 수여한다.

200회 동안 헌혈한 혈액은 모두 8만4000㎖다. 성인 200명 이상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양이다. 전씨는 지금 제자들과 같은 나이인 고교 시절 처음 헌혈을 했고, 1989년 직장 동료의 자녀가 긴급 수술을 하게 됐을 때부터 주기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때 욥기 34장 15절 ‘모든 육체가 다 함께 죽으며 사람은 흙으로 돌아가리라’란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언젠가는 흙으로 돌아갈 몸이지만, 혈액은 헌혈 며칠 후 곧바로 회복된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헌혈을 2~3주마다 하면서 헌혈 조건에 어긋나지 않게 건강관리를 하게 됐습니다. 아들도 헌혈에 동참해 50회 이상인 금장을 받아 보람을 느꼈습니다.”

전씨는 기독교인에게 헌혈은 더욱 특별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난한 시골교회 목사님이셨던 아버님은 늘 더 어려운 신학생 선교사 성도님들을 섬기는 모습을 보여주셨다”면서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자신의 전부를 주셨는데, 헌혈은 거기에 비하면 아주 조그만 이웃 사랑의 실천일 뿐”이라고 말했다.

주요 교회가 ‘피로회복’ 캠페인을 펼치며 헌혈운동을 시작한 것에 대해 전씨는 “감사한 일”이라며 “예수님 십자가 보혈의 의미를 되새기는 부활절을 넘어 이후에도 지속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2015년부터 창원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에서 한국어 교사로 봉사해 온 전씨는 지난해 내내 코로나19로 수업을 열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그는 “새해엔 코로나19를 극복해 한국어 교실도 다시 문을 열었으면 한다”면서 “헌혈이 가능한 나이인 69세까지 건강하게 생명 나눔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