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서도 부동산은 여전히 뜨겁다. 정책 당국 수장이 바뀌고 대책이 곧 나온다고 해도 시장의 관심은 어느 지역 아파트가 신고가를 찍었는지에만 쏠려 있다. 승부는 이미 끝났다는 분위기도 읽힌다.
그래도 설 전에 나온다는 부동산 대책에 대한 기대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 돈줄을 묶는 윽박지르기식 수요 규제가 아닌 공급에 방점이 찍혀 있기 때문이다. ‘변창흠표 공급 대책’ 중 하나로 거론되는 게 공공자가주택이다.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분양을 합친 개념으로, 땅은 국가 소유로 하고 건물만 분양해 주변 시세의 반값 정도에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안이다. 대신 집을 팔 때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LH 등 공공기관에 넘겨야 한다. 용적률을 높이는 도심 고밀도개발에도 공공자가주택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원가를 줄여 분양가를 낮추는 ‘반값 아파트’는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역사 인근과 3기 신도시에서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수요층을 세분화한 맞춤형 대책이라는 점도 일면 긍정적이다. 당장 수도권에서 집 살 여력은 안 되지만 공공임대는 관심 없는 무주택자들이 그 대상이다.
그렇다면 다시 등장할 반값 아파트는 성공할까. 2007년 노무현정부는 경기도 군포에 토지임대부·환매조건부 주택을 선보였지만 90% 넘게 미분양됐다. 입지가 매력적이지 않은 데다 분양가도 주변 시세의 90% 정도로 싸지 않았으니 실패는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2011년 공급된 서울 서초구 우면동 등의 토지임대부 아파트는 시세의 50% 수준에 분양됐지만 토지 소유권이 없고 임대료를 내야 한다는 점 때문에 초기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전매제한 기간(5년)이 풀린 뒤 거래가 늘었고 최근 분양가의 5~7배로 가격이 올랐다.
이 같은 사례들만 보면 반값 아파트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는 입지와 전매제한 조건인 듯하다. 하지만 변창흠표 반값 아파트는 두 조건 모두 충족하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강남권 입지도 아니고 전매제한이 풀려도 마음대로 팔 수 없어서다.
그렇지만 2007년 실패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예단은 섣부르다. 정밀하게 설계해 ‘내 집 마련’의 중간사다리 역할만 해준다면 호응할 실수요자들이 분명히 많을 것이다. 우선 가성비와 기회비용을 따지는 무주택자들이 설득될 만한 조건이 필요하다. 입주자들은 여느 집주인들처럼 취득세와 재산세를 부담하지만 매달 30만~40만원 토지임대료를 월세처럼 내야 한다. 따라서 되팔 때 주변 시세가 올랐다면 최소 이들이 낸 월세 합계 이상의 차익을 보장해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주는 것도 방안 중 하나가 될 듯하다.
공공자가주택 입주자들에게 무주택자 자격을 계속 인정해주자는 제안도 검토할 만하다. 집주인인데 임대료를 내는, 사실상 반전세를 사는 사람들에게 청약 때 무주택자 혜택까지 포기하라는 건 가혹한 측면이 있다. 사회 안정과 성장 잠재력을 깎아먹는 아파트 가격 급등을 막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다들 수긍하지만 돈 되는 부동산을 가지고 싶어 하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내 집’에 대한 욕망이 커져 있다. 대다수 무주택자도 집을 오롯이 가지고 싶어할 텐데 그런 욕망을 참으라고만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새해에도 아파트값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 못지않게 전환점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유동성 리스크가 본격화할 수 있는 데다 다주택자 보유세 중과도 시행되기 때문이다. 정책 당국은 투기꾼과의 샅바 싸움도 중요하겠지만 무주택자 공급 대책을 내 자녀, 내 가족이 살 집이라는 생각으로 세심하게 가다듬기를 바란다.
한장희 산업부장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