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한국, 70억달러 인질 잡아”… 선박 나포와 동결 자금 연관 시사

입력 2021-01-06 04:05
지난 4일 호르무즈해협 해역에서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될 당시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호의 CCTV 장면이다. 붉은 원 안에 유조선에 올라온 혁명수비대원 모습이 보인다. 유조선 오른쪽에는 혁명수비대가 타고 온 고속정이 보인다. 연합뉴스

한국 국적 화학 운반선 ‘한국케미’를 억류한 지 하루 만에 이란 정부가 “한국 정부가 70억달러(약 7조6000억원)를 인질로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공식 부인에도 불구하고 이번 나포 사건이 한국 내 동결된 이란중앙은행 자금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알리 라비에이 이란 정부 대변인은 이날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이란이 협상에서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 선박과 선원을 인질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을 일축하면서 “이란 자금 70억달러를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은 한국”이라고 반박했다.

라비에이 대변인은 이어 “우리는 그러한 주장에 익숙해졌다”면서 “만약 누군가가 인질범으로 불려야 한다면, 그것은 70억달러가 넘는 우리 자금을 근거 없는 이유로 동결한 한국 정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란 혁명수비대는 전날 오전 10시쯤 아랍에미리트(UAE)로 향하던 한국케미호를 걸프 해역(페르시아만)에서 나포한 후 “해양 오염에 대해 조사하라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조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케미호 선사인 디엠쉽핑 측은 해양 오염은 없었다고 즉각 반박했다.

이 때문에 이란이 한국에 동결된 자금을 받아내기 위해 우리 국적 배를 억류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 내 이란중앙은행 원화 계좌엔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약 70억달러(7조6000억원)가 들어있으며, 미국 제재로 거래가 금지돼있다.

AP 통신은 이날 라비에이 대변인의 발언을 전하면서 “동결된 자산과의 연관성에 대해 가장 직설적으로 인정했다”고 평가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