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트아동복지회(복지회)가 ‘정인양 학대 사건’의 정황을 인지하고도 4개월 동안이나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회가 정인양 사망 직전 추진했던 가정방문도 양모에 의해 미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도 입양기관도 정인양의 안타까운 죽음을 막지 못한 셈이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5일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입양 사후관리 경과’ 자료에 따르면 입양기관인 복지회는 지난해 2월 3일 정인양이 입양된 뒤 가정방문과 전화통화를 각각 3차례 진행했다. 현행 입양특례법과 복지부 ‘입양실무 매뉴얼’에 따르면 입양기관은 입양 첫 1년 동안 가정방문을 포함해 4번의 사후조치를 해야 한다.
복지회는 정인양이 입양되고 한 달 정도 지난 지난해 3월 23일 처음 가정방문을 실시했을 당시 가족이 건강하고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봤다. 그러나 두 달 뒤인 지난해 5월 정인양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신고를 접수한 강서구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상황을 공유해 다시 가정방문을 실시했다.
방문 당시 복지회는 정인양의 배와 허벅지 안쪽에 생긴 멍자국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지만 양부모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복지회는 “아동양육에 보다 민감하게 대처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고만 기록했다.
다음 가정방문이 있었던 지난해 7월에도 복지회는 양어머니가 정인양을 자동차에 30분 동안 방치했던 사실을 확인했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아동보호기관과 함께 현장조사에 나선 경찰은 양부모에 대해 아동학대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조사 당시 정인양이 다니던 어린이집은 아동보호기관에 ‘(정인양이) 등원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양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아파트에서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인양 사망 직전에는 양모가 복지회의 가정방문을 거부했다. 입양기관은 지난해 9월 18일 ‘아동의 체중이 1㎏나 줄어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확인하고 가정방문을 하려 했지만 ‘단순한 입병으로 인한 체중감소’라는 양모의 설명에 방문일자를 10월 15일로 옮겼다. 정인양은 가정방문 예정일을 이틀 앞둔 13일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졌다.
입양실무 매뉴얼에 따르면 입양기관이 학대 정황을 발견했을 때는 즉시 수사기관이나 아동보호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복지회는 학대의 정황을 인지했음에도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등의 적극적인 해결에 나서지 않았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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