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동생 잃고 치료받던 ‘인천 초등생’ 11살 형 퇴원

입력 2021-01-06 04:05
초등생 형제가 라면을 끓여 먹다 화재가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물청소 작업 중 떠밀려온 것으로 추정되는 컵라면 용기가 물웅덩이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불이 나 전신 화상을 입었던 인천의 초등학생 형제 중 형(11세)이 4개월간의 치료 끝에 5일 오전 퇴원했다. 그러나 어머니와 함께 살 새집에 일주일 머물다가 재활병원으로 향해 추가재활치료를 받아야 한다.

인천시와 미추홀구, 이들 형제의 치료비를 모금했던 사단법인 ‘따뜻한 하루’ 등에 따르면 형 A군은 화상치료를 마치고 이날 퇴원했다. 온몸의 40%에 3도 화상을 입을 정도로 심각했지만 다행히 얼굴의 화상 정도는 심하지 않았다. 여러 번의 고비가 있었지만 A군은 위기를 넘기고 치료를 마친 것이다.

A군은 새집에 들어서자 눈물만 뚝뚝 흘린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심각한 화상을 당해 치료를 받던 동생 B군(8세)이 한 달여 만인 지난해 10월 21일 숨졌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B군이 숨졌다는 사실을 한동안 A군에게 전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정신적 충격에 치료마저 힘들어질 것을 우려해서였다.

A군은 늘 함께 있던 동생이 계속 보이지 않자 “동생은 어디 갔어”라며 계속 물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어머니는 “하늘나라에 갔어. 거기선 아프지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다음에 꼭 만나자”고 달랬다. 하지만 A군은 동생이 숨졌다는 사실을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아무렇지 않게 있다가도 갑작스레 슬퍼하며 펑펑 울 때가 많았다는 것이다. 교육 당국은 A군이 병원생활을 정리하고 귀가하면 코로나19에 따른 원격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상담사와 보조인력을 배치하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A군은 병원에서도 태블릿PC를 이용해 원격수업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은 “친구들도, 선생님도 모두 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화재가 발생한 지난해 9월 중순부터 쭉 입원 치료를 받아왔으며 3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화상 병동에서 재활 병동으로 옮겨졌다.

따뜻한 하루는 지금까지 나온 A군 형제의 치료비 5000만원 가운데 병원으로 직접 들어간 후원금을 뺀 나머지 3200만원을 지원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학산나눔재단을 통해 모인 성금이 2억4000만원 정도이고, 병원비를 먼저 지출했다”며 “20세까지 심리치료 등에 써야 할 관련 비용을 심의를 통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