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왼쪽 사진)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오세훈(오른쪽) 전 서울시장이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발표만 남았다’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의 출마선언이 늦어지는 데는 경선 패배 시 입게 될 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작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하며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을 높이는 상황에서 마냥 출마선언 시기를 늦출 수만은 없는 모습이다.
오 전 시장의 경우 지금까지 대선을 목표로 삼아왔다는 점이 출마선언을 섣불리 못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한 체급 낮춘 서울시장 경선에서조차 패배할 경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무상급식 투표로 ‘박원순 9년 시정’의 문을 연 오 전 시장이 이번 선거에 나선다면 반드시 결자해지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시민단체가 검찰에 고발하거나 경찰이 송치한 13건이 불기소 처분되며 정치적 행보가 한결 자유로워졌다. 다만 자신의 지역구인 서울 동작을을 뺏긴 상황에서 승리가 어느 정도 담보되는 선거전을 치러야만 한다.
두 사람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안 대표다. 안 대표가 만에 하나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을 치를 경우 두 사람 중 한 사람으로 단일화해야 표 분산을 막고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오 전 시장과 나 전 원내대표는 최근 만나 서로의 출마 여부 등을 논의했으나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들로서는 안 대표가 당내 경선에 참여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단계 경선을 거치며 몸값을 올린 뒤 최종 시민경선에서 안 대표를 누르고 야권 단일 후보로 올라서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두 사람은 이달 중순 전에는 출마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는 후보자 서류 접수를 오는 21일까지 받기로 했다. 또 공관위는 본경선을 100% 일반시민 여론조사로 실시하자는 논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야권 통합의 플랫폼이 되겠다는 뜻에서 안 대표 등 바깥 인사도 참여할 수 있도록 100% 여론조사 본경선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오신환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71년생 청년정치인으로서 게임체인저가 되겠다”며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무상급식을 놓고 갑론을박하던 시대의 조연들과 함께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릴 여유가 서울시민에겐 없다”며 안 대표와 나 전 원내대표, 오 전 시장을 모두 ‘과거’로 몰아세웠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