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 침묵하던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5일 입장을 밝혔다. 박 전 시장 피소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고 유출한 바 없으며, 당시 서울시 젠더특보에게 “박 시장 관련 불미스러운 얘기가 도는 것 같은데 무슨 일 있느냐”고 물어봤을 뿐이라는 게 남 의원 주장이다. 여성계 대모로 불리는 3선 의원이 일주일간의 침묵 끝에 내놓은 해명이 참으로 옹색하다. 피소 ‘사실’을 유출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인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국민을 우롱하는 해명이다.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 편에 서지 않고 가해자 감싸기에 급급했던 것에 대한 반성도 전혀 없었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고소할 예정이라는 내용이 여성단체 대표 2명과 남 의원, 서울시 젠더특보를 거쳐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됐다. 남 의원에게 관련 내용을 전했던 것으로 드러난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지난달 30일 수사 결과 발표 직후 사과했다. 남 의원은 이 단체 상임대표를 지냈다. 남 의원과 통화했던 서울시 젠더특보는 남 의원 보좌관 출신이다. 남 의원은 “사건의 실체에 대해 전혀 들은 바가 없었다”고 했는데, 이는 피해자의 고소 예정 사실이 여성단체연합 대표로부터 남 의원에게 전달됐다는 검찰 수사 결과와 배치된다. 남 의원이 그동안 여성계에서 쌓은 명성이 무너질까 두려워 가해자 측에 말을 전했다는 수사 결과를 애써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 의원은 이날 “피해자의 깊은 고통에 공감하며 위로드린다”고 했는데 이것 역시 진정성이 의심된다. 그는 지난해 박 전 시장 장례 직후 민주당 여성 의원들이 단체 입장문을 낼 때 피해여성을 ‘피해자’가 아닌 ‘피해호소여성’으로 규정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당시 여성 의원 단체 카톡방에서 입장문 초안의 피해호소여성이란 표현을 피해자로 바꾸자는 얘기가 나오자 남 의원이 적극 반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열심히 피해호소여성으로 바꿔 불렀던 것이냐고 묻고 싶다.
[사설] 옹색한 해명 내놓은 남인순, 부끄러운 줄 알라
입력 2021-01-06 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