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태백에서 상경한 때가 초등학교 3학년 봄이었습니다. 제가 그 기억이 잊히지 않는 이유는 처음으로 외출한 날,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그저 뛰놀던 어린아이에게 세상이 피부로 와닿았던 두려움의 시간이었습니다. 당황해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을 때 이름 모를 한 청년의 도움으로 큰 사고 없이 귀가했습니다.
저는 그때 ‘아직 나는 보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보호가 필요하도록 설계됐습니다. 성인으로 사는 지금도 여전히 도움과 보호가 필요하다는 사실은 변함없습니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돈 권력 명예 지식 건강 신용 보험 등으로 자신을 보호하려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인생을 살면서 이런 것들이 우리를 도울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성경은 세상의 겉치레가 아닌 다른 차원의 보호를 약속합니다.
성경이 말하는 가장 확실한 보호는 바로 하나님의 보호하심입니다. 오늘 본문 말씀은 하나님을 ‘도와줄’(2절) 하나님으로 묘사했습니다. 새해 우리가 받은 수많은 약속의 구절이 이를 증명합니다. 성경은 세상의 어떤 존재보다 하나님께 가장 확실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증거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어떻게 도우시느냐는 것입니다. 그것에 대한 대답은 하나님이 바로 사람을 사용하신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보호하심은 곧 하나님을 아는 백성들의 손과 발을 통해 이 땅에 실현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이 땅의 교회는 하나님의 손과 발로써 하나님 나라가 하늘에서 이뤄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뤄지도록 나아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그분의 손과 발인 우리는 하나님 나라 실현을 위해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요.
가장 우선되는 것은 ‘생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수많은 영역에 하나님의 보호가 필요합니다. 그런데도 생명이 우선인 이유는 생명 없이 어떤 권리도 허용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본문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도우시는 이유가 “너를 만들고 너를 모태에서부터 지었기”(2절) 때문이라고 기록합니다. 하나님이 우리 생명의 근원이시고 생명의 보호자이신 것입니다. 생명은 하나님 편에서 세우신 소중한 가치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그동안 하나님의 관심을 외면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낙태에 대한 교회의 외면과 태아를 생명으로 여기는 일에 더 깊이 관여하지 않았던 과거 모습은 분명 회개해야 할 일입니다. 왜냐하면 가장 보호가 필요한 존재인 태아를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관심하고 외면하는 일에 동조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분명히 우리가 변화해야 할 대목입니다.
하나님의 손과 발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이사야 선지자의 메시지를 통해 발견합니다. 이사야는 하나님의 대언자로서 백성에게 선포하고 있습니다.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나의 종 야곱, 내가 택한 여수룬아 두려워하지 말라.”(2절)
이 당당한 선포는 적절하고 용인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에 대한 거역과 반역의 길에서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진리 편에서의 외침이었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당당히 진리 편에 서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은혜로 거듭난 자는 생명의 가치를 압니다. 그 가치를 아는 자로서 새해에는 주님의 마음을 가진 생명의 파수꾼이 되시길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김동진 목사(일산하나교회)
◇일산하나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교회로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이뤄지길 소망하며 설립된 교회입니다. 십자가 복음을 선포하고 성경적 가치로 몸 된 교회와 열방을 섬기는 생명의 공동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