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학대로 숨진 생후 16개월 입앙아 정인양 사망 원인에 대한 재감정 결과를 받는 대로 양모에 대해 살인죄 적용을 검토키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매우 안타깝고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이정우)는 지난달 법의학전문가들에게 정인양 사망 원인에 대한 재감정을 의뢰했다고 4일 밝혔다. 검찰은 법의학전문가들이 진료 및 부검 기록, 증거 사진 등을 토대로 감정 결과를 내면 그동안 수집한 증거들과 함께 분석해 살인죄 혐의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공소장 변경은 재판이 시작된 이후에도 가능하다”며 “사건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보건복지부 등 관계부처가 입양 절차에 있어 아동의 이익이 최우선이어야 한다는 입양특례법 4조의 원칙이 철저하게 구현되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생후 16개월된 입양아동이 사망에 이르는 불행한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정부가 점검과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지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정부는 입양 가정을 방문하는 횟수를 늘리고 내실화하는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또 양부모의 양육 부담감 측정을 위한 양육 스트레스 검사를 실시하는 등 가정 내 위기 검증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이날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재발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모두 취하라”고 지시했다. 정 총리는 5일 아동학대 관련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대책을 강구할 예정이다.
앞서 양모 장모씨는 지난해 1월 정인양을 입양한 뒤 학대를 자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5월부터 어린이집과 병원 관계자 등으로부터 3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으나 경찰은 학대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이유로 수사를 종결해 부실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사건을 예방하지 못한 서울 양천경찰서 관계자에 대한 징계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서울경찰청은 감찰 결과에 따라 양천서 전·현직 여성청소년 과장에게는 주의 처분을 내리고, 담당 계장은 경고 및 인사조치했다. 1차와 2차 신고 담당자들은 각각 주의와 경고 처분을 받았다. 3차 신고 담당자 등 5명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으며, 이달 중순 징계위가 열릴 예정이다.
다만 양천서장은 서울경찰청 감찰 조사 당시 징계 건의 대상에서 빠졌다. 서장급인 총경 이상 징계를 담당하는 경찰청은 서울경찰청으로부터 징계 건의가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 양천서장 징계에 나서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다만 여론이 계속 악화할 경우 양천서장 징계 배제가 적절했는지 등을 다시 들여다볼 가능성도 있다.
숨진 정인양을 애도하고 양부모의 엄벌을 촉구하는 여론도 거세지고 있다. 정인양 사건 담당 재판부인 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판사 신혁재)에는 분노한 시민들이 작성한 500여건이 넘는 ‘엄벌진정서’가 제출됐다.
정우진 임성수 기자 uz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