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낙연 대표의 ‘전직 대통령 사면론’ 언급으로 흔들리는 여권 핵심 지지층 여론을 다잡기 위해 민생입법 추진과 사회적 약자 챙기기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주요 입법과제 처리와 함께 9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재난지원금을 설 전에 모두 지급하겠다고 강조했다. 친문(친문재인) 지지층 중심으로 ‘사면론 후폭풍’이 거센 상황에서 반전 카드를 모색하는 행보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새해는 코로나19 상처를 회복하고, 새롭게 출발하는 해로 만들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덜 가진 사람, 더 낮은 곳에 있는 국민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고통을 당하는 국민의 삶을 세심히 배려하고 신속하게 도와드리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회의 내내 사면론은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최고위를 생중계한 당 유튜브 채널에다 ‘이낙연은 사퇴하라’ 등의 비난 댓글을 쏟아냈다.
민주당은 사면론에 대한 당원들의 반발이 예상보다 거세자 ‘정치적 통합’ 대신 ‘사회적 약자 통합’으로 아젠다를 선회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는 중대재해법과 4·3특별법, 생활물류서비스법 등을 임시국회 종료일인 8일까지 처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사면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대법원 상고심 선고(14일)와 문재인 대통령 신년기자회견까지 여론 추이를 지켜본다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여당은 양부모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 재발방지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노웅래 최고위원은 “아동학대 형량을 2배 높이고, 학대자의 신상을 공개할 것”이라며 “아동학대와 음주운전, 산재 사망에 대한 ‘무관용 3법’을 입법하겠다”고 말했다. 박성민 최고위원은 “적극적인 아동학대 방지체계 표준을 만들겠다”고 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이탄희 민주당 의원 등도 정인이 사건의 철저한 진상조사와 양형 강화를 촉구했다.
당 일각에선 이 대표를 엄호하는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앞두고 사면론 논란의 연착륙 필요성이 부각되면서다. 설훈 의원은 “당원들이 굉장히 격앙돼 있는데, 이 상황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친문 핵심’ 윤건영 의원은 페이스북에 “전직 두 대통령에 대한 사면 논란은 이제 그만했으면 한다”며 “(이 대표가) 정치인으로서 가지는 소신은 존중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면론 후폭풍은 여전한 상황이다. 안민석 민주당 의원은 “정경심 교수 구속과 윤석열 검찰총장 복귀로 화난 민심에 사면이 기름을 부었다”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집권하고 있다고 사면을 정략적으로 활용한다든지 장난을 쳐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정치권에서는 양향자 민주당 최고위원이 ‘2차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거론하고, 이 대표가 4차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도 사면론 악재를 ‘재정 살포’로 무마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