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총장과 협의, 좋은 인사 하겠다”… 秋와 반대의 길?

입력 2021-01-05 04:05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4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의 표명, 윤석열 검찰총장의 직무 복귀,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으로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일단락한 상황에서 법조계의 시선은 검찰 인사에 쏠리고 있다. 박 후보자가 “검찰총장과 협의해 좋은 인사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지난해와 같은 노골적인 ‘코드 인사’가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우선 엿보인다. 다만 그간 갈등과 혼란에 일조한 것으로 지목받는 이들의 행선지를 본 연후에야 검찰 인사가 달라졌는지를 평가할 수 있다는 기류도 있다.

지난 1년간 굳어졌던 ‘총장 패싱’의 인사 관행은 바로잡힐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4일 서울고검에서 “검사 인사권자는 대통령이고, 법무부 장관은 제청권자이며, 검찰총장과 (인사를) 협의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과 8월 있었던 검찰 고위·중간간부 인사에서 윤 총장의 의견은 사실상 묵살됐었다. 추 장관이 인사위원회 30분 전에 윤 총장을 호출하고 윤 총장이 응하지 않은 일은 ‘항명’과 ‘검찰청법 위반’ 논란을 낳았었다.

총장과의 협의를 언급한 박 후보자는 “(임명된다면) 정말로 좋은 인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도 했다. 검찰은 일단 박 후보자가 ‘검찰총장 힘빼기’ ‘친정권 코드 인사’라는 기존 관행과의 차별화를 선언했다고 해석하는 편이다. 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후보자가 ‘법심(法心)을 경청하겠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을 때려 인기를 얻겠다는 전략은 1년간 실패했다”고 말했다.

법조계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비리 등 ‘살아 있는 권력’ 수사를 했다가 지난해 좌천당한 인사들 복귀 행보를 주목하고 있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었다가 지방으로 옮겨지고 또다시 직무배제 조치와 함께 법무연수원으로 이동한 한동훈 검사장이 대표적이다. 여권이 한 검사장의 직무 복귀를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는 큰 관심을 끌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일신이 아닌 조직을 위하는 쓴소리를 하다 인사 불이익을 받은 검사들이 중간간부급에도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지난 1년간 문제성 처신을 한 이들이 ‘요직’에 간다면 검찰 인사를 높이 평가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한 뒤 방명록에 글을 쓰고 있다. 윤 총장은 ‘조국에 헌신하신 선열의 뜻을 받들어 바른 검찰을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권현구 기자

윤 총장이 우려했던 대전지검 수사팀의 공중분해 가능성은 ‘인사 협의’를 가늠할 만한 바로미터다.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사건 수사를 벌이는 대전지검 수뇌부가 교체된다면 이번에도 윤 총장의 의견이 묵살된 셈이고, 검찰 인사를 높이 평가할 수 없을 것이라는 시각이 대두된다.

다만 이두봉 대전지검장의 경우 부임 1년이 됐다는 점에서 일단 교체 대상이긴 하다는 논리도 맞선다. 검찰 내부에서는 “어떤 사건을 맡았든 검사장은 1년 후 인사이동이 원칙”이라며 “본인 의향이 어떠한지, 만일 교체된다면 후임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검찰 인사가 지난해와 구별된다면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하는 방향일 것이라는 해석도 많다. 신규 검사장의 승진 폭은 넓지 못할 것이며, 윤 총장과 동기인 사법연수원 23기들의 역할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이 대목에서 나온다. 박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되면 법무부 장차관, 검찰총장과 고검장 다수가 23기 동기들로 구성된다. 이들 23기에게 거취를 압박하는 인사를 단행하기보다 적어도 윤 총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7월까지 안정적인 토대 구축의 역할을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경원 구승은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