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코로나 불길에 휩싸인 도쿄올림픽 성화… 정상 개최 ‘암울’

입력 2021-01-05 04:03
마스크를 착용한 일본 도쿄시민이 4일 올림픽 개막일을 200일 앞으로 표시한 도쿄역 인근 카운트다운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올해 7월 23일로 364일 연기됐다. 하지만 일본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정상적인 개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낳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수도권 4개 지역으로 코로나19 긴급사태 선포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4일은 도쿄올림픽 개막을 200일 앞둔 날이다. 지난해 말부터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속도가 더딘 데다 빈곤국의 경우 보급 시기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올림픽의 정상적 개최 여부를 놓고 비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올림픽을 개최해도 이미 개·폐막식을 간소화하는 등 규모를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참가자 감소가 예상된다. 올림픽 성화는 예정대로 오는 7월 23일 도쿄 국립경기장에 점화될까.

일본 정부와 도쿄도,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올림픽 강행론을 고수하고 있다. 고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는 이날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어떻게든 (올림픽을) 개최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100년 전 스페인 독감 이후 열린 안트베르펜올림픽은 연대와 희망의 증거가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쿄올림픽에 대한 일본 국민의 여론은 좋지 않다. 일본 공영 NHK가 지난달 올림픽 개최에 대한 의견을 물은 여론조사에서 63%가 비관적이라고 답했다.

올림픽 개최를 위한 선수 선발 등 준비 과정도 난항을 겪고 있다. 올림픽 연기 시점인 지난해 3월 기준으로 57%의 출전자를 결정하고 사실상 추가하지 못한 종목별 예선의 더딘 진행률이 비관론에 힘을 싣는다. 개최국인 일본만 해도 전 종목에 국가대표 600명을 선발할 계획이지만 출전을 확정한 선수는 13개 종목의 117명밖에 되지 않는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산하 206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와 33개 하계 종목 단체들은 올림픽의 정상적인 개최를 가정하고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 NOC 역할을 수행하는 대한체육회는 “IOC와 도쿄조직위에서 올림픽 개최 일정·방식에 대한 변경 계획을 통보하지 않았다. 예정대로 개최된다고 예상하고 준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복싱·레슬링·체조·핸드볼 등 올림픽 출전 선수가 확정되지 않은 종목들은 대부분 올봄 예선을 열 계획이다. 하지만 개최를 장담할 수 없다. 세계태권도연맹이 주관하는 태권도는 그나마 다른 종목보다 올림픽 예선을 빠르게 진행해 70%가량의 출전자를 선발했지만 나머지 30%를 올봄에 무사히 선발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연맹 관계자는 “2월 요르단에서 아시아 예선, 5월 불가리아에서 유럽 예선을 각각 진행할 계획”이라면서도 “아시아 예선 일정은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조차 그동안 도쿄올림픽 개최를 염두에 두고 외국인 선수단 입국을 허용하는 특례를 최근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중단했다. 게다가 올림픽에 투입될 의료진 확보도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측이 코로나19가 확산 이전에 세운 계획은 올림픽 개최를 위해 선수·관객용 의무실 설치 등 1만명 이상의 의료 종사자가 필요하다고 전제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은 현재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기존 의료계 붕괴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올림픽 참가자의 의무적인 백신 접종을 놓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선수들은 부작용 등을 이유로 맞는 것을 꺼려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원회 차원에서 지원할 계획을 밝혔지만 “선수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할 수는 없다. 권고사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