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한국 경제는 올해도 불확실성이 커질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자영업, 부동산, 반도체는 올해 경기 여파를 파악할 수 있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격상, 완화 반복은 극심한 자영업의 피해를 불러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이 21%(2019년 기준)로 일본(10.3%) 미국(6.3%) 등에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일하는 사람 5명 중 1명이 자영업자라는 것인데 이들의 매출 감소는 곧바로 실업난, 빈곤층 추락, 양극화 심화 등 각종 사회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넷째 주(12월 21∼27일) 전국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4% 수준에 그쳤다. 매출이 56%나 줄었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 피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해도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 한 해를 버티느라 이미 턱밑까지 빚이 불어난 사업주가 많다. 한국은행은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올해 2분기 이후 자영업자들이 매출 충격을 회복해도 유동성 위험 가구 비중이 전년(3.2%)보다 2배 수준(6.6%)이 될 것으로 바라봤다. 정부가 최대 300만원의 3차 긴급재난지원금을 투입할 예정이지만 자영업자를 살리기엔 역부족이다. 인구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영업이 올해 여러 문제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올해 6월을 기점으로 부동산도 주목된다. 정부는 오는 6월 1일 보유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최고 6.0%까지 올린다. 같은 날부터 양도세율도 최고 72%까지 치솟는다. 지난해 정부는 세율 인상을 예고하면서 다주택자에게 집을 던지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올해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예측이 많아 정부의 정책 목표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오히려 부동산 시장은 더 불안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은 올해 주택 매매가의 경우 전국 1.5%, 수도권 1.4%, 서울 1.5% 상승할 것이며 전셋값도 전국 3.1%, 수도권 3.3%, 서울 3.6%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각종 어려움 속에서 반도체 구원투수 여부도 관심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소비 시장이 무너지고 있을 때 반도체 덕분에 수출과 설비 투자는 의외로 선전했다. 2017~2018년 초호황기를 누리던 반도체는 2018년 말부터 조정 국면에 들어가 가격이 큰 폭 하락했다. 그러나 비대면 수요 확대와 신산업 성장 등에 힘입어 2019년 말부터 회복세를 다시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력 제품인 서버용 D램 고정거래 가격의 경우 지난해 12월 6개월 만에 하락세를 멈췄다. PC용 D램 가격도 두 달 연속 보합세를 유지해 올해 반도체 ‘슈퍼 사이클(장기호황)’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수출이 생산과 투자를 떠받쳐 준다면 한국 경제의 내수 소비 충격을 일정 부분 방어할 수 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