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랬다 저랬다 뒤죽박죽된 집합금지, 시민들 혼란·분통

입력 2021-01-05 00:04 수정 2021-01-05 00:04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정부가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를 전국으로 확대한 4일 서울 종로구의 한 음식점이 거의 텅텅 빈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방역 세부방침이 빈번하게 변경되면서 많은 시민들이 혼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연합뉴스

대구에 사는 30대 주부 A씨는 지난 주말 정부가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을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확대했다는 뉴스를 보고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현재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남편을 포함한 세 자녀와 함께 잠시 친정집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A씨 가족의 주민등록상 주소지는 새집으로 모두 옮겨놓은 상태지만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라 당장 이사를 갈 수 없는 상황이다.

A씨는 4일 “가족이나 친척이라도 같은 거주지가 아니라면 5인 이상이 모여서는 안된다고 하는데 현재 친정 부모님까지 합쳐 모두 7명이 한 집에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역 당국의 설명에 따르면 이사하는 가정에 다른 가족이나 친척이 와서 도와주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사 후 5인 이상이 함께 식사하는 것은 금지된다.

A씨는 “정부가 말한 ‘이사를 도와주는 행위’에 가족이나 친척집에 잠시 머무는 것도 포함되는 것이 맞는지 혼란스럽다”고 했다. 이어 5인 이상 집합금지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같은 거주지’의 정의도 정확하게 무엇인지 애매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세를 꺾기 위해 ‘5인 이상 집합금지’를 전국으로 확대했지만 세부방침을 두고 시민들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방침이 빈번하게 변경돼온 탓에 제대로 숙지하기도 어려운 데다 특정 인원수를 제한하는 정책이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를 두고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강원도 원주에 사는 주부 B씨(36)는 자녀와 키즈카페에 계속 갈 수 있는지 고민에 빠졌다. 그동안 다녔던 키즈카페는 정부의 5인 이상 집합금지 명령 이후 시간대별로 무조건 4명만 입실 가능하도록 예약제로 운영해 왔다.

그런데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가 2주 더 연장되면서 갑자기 운영방식이 바뀌었다. 금전적 손실을 우려한 키즈카페 측이 예약을 받을 때 앞으로는 팀당 4명 이하로 제한하되 여러 팀을 받는 식으로 정상영업을 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B씨는 “사장님이 식당도 한 팀당 4명 이하면 되는 것처럼 키즈카페도 똑같이 운영하면서 거리두기를 철저히 유지하겠다고 했다”며 “항의하고 싶었지만 방역 수칙이 워낙 복잡해 차마 반박은 하지 못하고 그냥 돌아왔다”고 털어놨다.

일부 자영업자들은 특정 인원을 제한하는 정책 취지에 도저히 공감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종합입시학원을 운영 중인 50대 C씨는 동시간대 수업을 듣는 학생 숫자를 9인 이하로만 제한한다는 방역 당국 지침에 분통을 터뜨렸다. C씨가 운영하는 학원은 1층부터 3층까지 총 12개의 교실이 있다.

C씨는 “일괄적으로 제한을 걸어버리니 차라리 문을 여는 것이 더 손해라는 생각이 든다”고 반발했다. 사실상 소규모 학원에만 학생들이 몰려 임대료 등 상대적으로 피해 규모가 큰 대형학원은 손해가 쌓이는 꼴이라는 것이다. 그는 “아무리 방역이 필요하다지만 교실당 9인 혹은 층당 9인으로 묶는 식으로 해서 융통성 있게 숨통은 터줘야 하는 게 맞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이미 지난 한 해 동안 비대면 수업으로 수익이 절반 이상 줄어든 상태”라며 “같은 업종인데도 돌봄과 관련없는 중·고등학생 입시학원이라는 이유로 차별까지 받게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