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는 여야의 상황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출마 예상자만 10여명으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야당은 경선 룰에 대한 고민이 깊다. 또 중량급 후보들의 출마 여부도 여전히 관심거리다. 반면 여당은 우상호 의원 홀로 나선 가운데 유력 후보들이 출마를 주저하면서 선거 열기가 쉽사리 뜨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기 전에 당 경선준비위원회가 정한 경선 룰은 수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출범한 재보선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관련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11월 예비경선(컷오프)에 일반시민 여론조사를 100%로 반영해 후보군을 4명으로 압축하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경선 룰을 확정했다.
그러나 출마 후보군만 10여명에 달하면서 경선 룰 수정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혜훈 이종구 김선동 전 의원과 김근식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 등이 이미 공식 출사표를 던졌다. 초선인 김웅 윤희숙 의원의 이름도 거론된다. 중량급 인사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도 출마를 고심 중이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이들이 나서야 범야권 후보 선출 논의의 주도권을 국민의힘이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당내에선 흥행을 위해 인기 예능인 ‘미스터트롯’ 같은 방식을 예비경선에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근식 당협위원장의 제안으로, 세 차례 이상 여론조사를 실시해 후순위를 탈락시키는 서바이벌 방식이다. 이와 달리 단 한 번의 예선으로 결선진출자 3~4명을 정하는 ‘원샷 컷오프’를 치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들을 빨리 확정해 본선 준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선 지난달 출마를 공식 선언한 우상호 의원 외에 아무도 나서지 않고 있다. 여론조사 판세도 민주당에 유리하지 않으면서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박주민 의원 모두 여전히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리얼미터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달 28~29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조사해 전날 발표한 서울시장 여야 후보 적합도에 따르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26.2%로 가장 앞섰다. 박 장관은 2위였지만 11.6%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박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제가 희생해야 한다면 하겠다”며 이달 내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이 인터뷰를 게시하며 “백신 유통 등 중소벤처기업부가 할 일이 많다. 가장 필요한 자리에서 역할을 하는 한 해가 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며 친문 지지층의 응원을 받아온 박주민 의원도 출마를 주저하는 기류가 읽힌다.
민주당 일각에선 ‘컨벤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에 제3의 후보를 물색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차출론이 나오는 이유다. 김 전 부총리가 나설 경우 중도 외연 확장성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지난달 입당 후 당비만 내면 바로 공직선거 후보 자격이 생기도록 당헌·당규를 개정한 것도 외부인사 영입 가능성을 열어둔 포석으로 풀이된다. 기존엔 후보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6개월 전에 입당해야 했다.
이상헌 이가현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