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사진) 국토교통부 장관이 올해 설 연휴 전 서울 등 도심 지역 내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놓기로 공언하면서 연초부터 국토부의 발걸음도 분주해지고 있다. 그러나 당장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 재보궐 선거 결과에 따라 변 장관이 추진하는 공급 정책의 성패가 엇갈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당이 승리하면 변 장관 구상이 순항할 가능성이 크지만, 야당이 이기면 변 장관 정책에 상당한 진통과 차질이 예상된다.
3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변 장관 취임 직후부터 국토부는 서울 등 도심 지역 내 주택 공급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변 장관이 도심 지역 주택 공급방안을 발표하더라도 광역단체장이 바뀌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공교롭게도 재보선은 변 장관 취임 후 100일 뒤인 4월 7일에 치러진다. 취임 직후부터 속도감 있는 공급을 내세웠던 변 장관의 행보가 ‘100일 천하’에 그칠지가 그날 판가름 날 수 있다는 얘기다.
변 장관은 여전히 개발이익 환수와 공공이 주도권을 갖는 공급 정책을 고집하고 있지만, 상당수 야당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공급을 유도한다는 입장이다. 재보선에서 야당 광역단체장이 당선되고 이들이 변 장관의 공공 주도 공급 대신 규제 완화를 통한 공급을 밀어붙이면 가뜩이나 악화된 부동산 민심 속에 중앙정부의 영(令)이 서지 않는 ‘부동산 정책 레임덕’이 현실화할 수 있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3일 “법령을 바꾸지 않더라도 광역단체장이 조례 등 행정 권한을 활용해서 정책을 펼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많다”며 “야당 단체장이 탄생하면 변 장관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을 보면 광역단체장은 10년 단위의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 수립부터 정비구역 지정과 기초단체장(구청장)이 올리는 정비계획을 승인하거나 변경할 수 있다. 또 용적률과 소형주택 건설비율 등은 물론 정비사업 시행계획이나 관리처분 인가 등의 절차에 관한 조례를 만들 수 있다.
이런 광역단체장의 권한을 가장 잘 활용했던 것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다. 박 전 시장은 박근혜정부 시절이던 2014년 재개발 시 주민과 사전 협의 없는 철거를 못 하게 하고, 서울 시내 재개발·재건축 층수 상한을 35층까지 하는 도시계획을 발표하면서 정부와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년에는 한나라당인 이명박 당시 시장이 이끈 서울시와 건설교통부(국토부 전신)가 재개발·재건축 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졌다. 이에 중앙정부가 용적률과 건물 층수 상한을 정하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까지 검토했던 적도 있다. 일각에서는 서울시장이 갖는 정치적 위상을 고려할 때 여야를 막론하고 다음 서울시장이 5년 차에 접어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각을 세우며 차별화를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까지도 나온다.
다만 올해 보궐선거로 선출되는 광역단체장 임기가 1년2개월에 불과한 만큼 실질적인 영향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시장의 경우 올해 예산이 이미 다 편성된 데다 시의회는 물론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기초단체장이 모두 여당 소속이라 야당 후보가 당선된다 하더라도 운신의 폭이 넓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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