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두 전직 대통령 특별사면, 정략적 접근 안 된다

입력 2021-01-04 04:01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가 새해 벽두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적절한 시기에 이 문제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문제는 언젠가는 검토해봐야 할 사안임에 틀림없다. 박 전 대통령의 수감기간은 3년10개월로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보다 길고, 이 전 대통령도 자택격리 기간을 합쳐 2년10개월째 사법 제재를 받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고령에 지병을 앓고 있어 사법부가 결정한 긴 형기를 채울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도 2019년 5월 “두 분 전직 대통령께서 지금 처한 상황이 정말 가슴 아프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잖은 국민의 정서나 법 감정은 특별사면을 공식화하는 데 여전히 부정적이다. 사법부가 단죄한 사안을 정치적으로 정지시킬 경우 법 앞의 평등이란 가치와 충돌하고, 법치의 원칙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여권에선 두 전직 대통령이 아직 국민과 역사 앞에 진솔한 사과를 하지 않은 점도 문제 삼고 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이 대표의 제안이 정치공학적 판단에서 나온 측면이 강하다는 점이다. 여당은 오는 4월 자당 인사의 원인 제공으로 궐위된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러야 하지만 지지율이 하락한 상황이어서 새로운 정치적 모멘텀이 필요한 시점이다. 통합의 정치를 견인해 중도층을 모으는 것은 잠재적 대권 후보로서 이 대표의 정치적 이익이나 여당의 차기 대선 전략과도 맞닿아 있다.

문재인정부가 5년 차 새해를 맞아 통합의 정치를 지향하는 건 올바른 방향 설정이다. 국민 상당수는 지난해 총선 이후 여권의 독주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고 코로나19 극복과 경제 회복 등 민생에 더 힘을 쏟아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과 사법처리를 놓고 정치권이 철저하게 대립하는 구도로는 내년 대선 이후 어느 정부가 들어서서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논란과 분열이 계속될 수밖에 없어 우리 정치를 답보시키는 주요 갈등으로 남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사면 여부를 결정할 적임자는 문 대통령일 것이며, 그 시기는 차기 정부 출범 전이 좋을 것이다. 다만 이 문제를 정치적 이해에 따라 접근해 국론 분열을 가중시키고 민생 이슈들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지 않도록 정치권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