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주당 내 조율이 먼저” 이낙연발 사면론에 거리두기

입력 2021-01-04 04:05

청와대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기한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 논란에 대해 3일 “민주당 내 조율이 먼저”라며 거리를 뒀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에서도 아직 논란이 되고 있다. 당내 논의가 먼저”라며 “청와대는 끌어들이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청와대의 사면 검토 여부에 대해서도 “이 대표가 건의도 안 했는데 무슨 검토를 하느냐”고 했다. 앞서 청와대가 밝힌 “공식 건의가 있으면 논의한다”는 입장도 원론적 차원의 언급이라는 설명이다.

이 대표가 불붙인 두 전직 대통령 사면론에 대해 청와대가 거리두기를 하는 것은 정치적 휘발성이 워낙 강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대표가 사면 건의 의사를 밝힌 이후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반발 여론이 분출하고 있다.

하지만 사면이 대통령의 고유 권한인 만큼 이 대표가 문재인 대통령과 상의 없이 불쑥 꺼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2019년 5월 KBS와의 대담에서 “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전 대통령 사면을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두 분 전직 대통령께서 지금 처한 상황이 한 분은 보석 상태지만 여전히 재판을 받고 있고 한 분은 아직 수감 중인데 이런 상황이 정말 가슴 아프다”고 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마무리되면 사면을 검토할 수 있다는 말로도 해석됐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이 이달 중순쯤으로 예상되는 신년 기자회견 등에서 이 문제를 언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이 대표가 사면 논의를 꺼낸 시점이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30%대에서 고전하는 가운데 두 전직 대통령 사면 논란은 기존 지지층의 추가 이탈로 이어질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이 올해 집권 5년 차를 맞아 코로나19 방역과 경제에 주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 논란은 국정 전반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연말 새 법무부 장관 지명, 비서실장 교체 등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현충원 참배 당시에도 방명록에 ‘국민의 일상을 되찾고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며 방역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