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 정인이 사망 사건에 대한 전말이 한 방송을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공권력에 있어 심각한 허점이 노출됐다. 정인이가 입양되고 사망하기까지 과정에서 사회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생후 2개월 만에 양부모가 정해졌고, 7개월쯤 됐을 때 입양된 정인이는 그야말로 처참한 학대를 당했다. 지난해 10월 13일 응급실로 이송된 정인이의 상태는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찢어진 장기에서 발생한 출혈로 복부 전체가 피로 가득 차 있었다.
천진난만한 16개월 정인이 죽음에는 극악무도한 양부모와 함께 공권력 등 사회시스템도 공범으로 작용했다. 정인이가 응급실에서 숨을 거두기까지 세 차례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그냥 방치됐다. 어린이집 교사들은 정인이 몸에 있는 여러 상처를 확인하고 아동학대 신고를 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이 어린이집으로 출동해 조사했지만 정인이의 양부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출동한 경찰관은 “뼈가 부러지거나 어디가 찢어지지 않는 이상 아동학대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정인이가 차에 방치된 것을 발견한 한 시민이 두 번째 학대 의심 신고를 했을 때도 실제적 조치는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았다. 세 번째 학대 의심 신고는 상황의 심각성을 파악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부모와 분리돼야 한다”고 강력히 얘기하면서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또 무시됐다. 관할 경찰서에서 3번 다 혐의없음 처리가 되는 동안 정인이는 온몸의 골절, 장기손상, 췌장 절단 등으로 처참하게 죽어간 셈이다.
제2의 정인이 사건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선 방관 경찰의 책임을 분명히 따지고, 향후 이와 관련된 공권력의 철저한 대응절차도 정비해야 한다. 또 입양 후 아이 상태 등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고, 근본적으로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도록 촘촘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사설] 16개월 정인이 죽음, 방관 경찰 등 사회시스템이 공범
입력 2021-01-04 0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