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올해 정부 비상금(예비비)이 연초부터 56% 소진될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해로부터 넘어올 1조3000억원 ‘외상값’을 값으면서 비상금 잔액을 겨우 지켜냈지만 코로나19 불확실성에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백신 구입까지 겹쳐 추가경정예산 예비비 증액이 불가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해 말 ‘2021년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1조3000억원 상당의 재해복구 국고채무부담행위를 처리했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집중 호우와 태풍 피해 복구를 위해 국고채무부담행위를 의결한 바 있다. 이 행위는 비상사태 때 예산을 추가 확보하지 않고 지출 계약을 맺은 후 해당 내용을 다음 연도 이후에 계상하는 일종의 ‘외상계약’이다. 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 등 올해 예비비 수요가 많아질 것을 고려해 일반 예산사업으로 이관하고 지난해 예비비를 합쳐 이 돈을 갚았다.
국고채무부담행위 선(先) 상환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없었을 경우 올해 예비비가 크게 부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해 말 3차 재난지원금으로 올해 총 예비비(일반 예비비 1조6000억원+목적예비비 7조원) 중 4조8000억원을 쓰기로 결정했다. 남은 예비비 3조8000억원 중 1조3000억원 외상값까지 지출하면 올해 예비비가 2조5000억원밖에 안 남는다. 심지어 재해 등에 쓸 수 있는 목적예비비는 9000억원에 불과하다.
정부가 간신히 총 3조8000억원 예비비 잔액을 지켜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꺾이지 않아 비상금을 쓸 일이 더 많아질 수 있다. 특히 정부가 백신 구입량을 확대하면서 관련 돈도 예비비에서 충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실제 지난해 편성된 예비비도 3조4000억원이었지만 코로나19 발생으로 연말 5조6000억원으로 불어나면서 국채(빚)를 발행했다. 올해도 정부가 추경을 통해 예비비 증액에 나서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예비비 증액도 재원 여유가 없으면 빚을 내야 한다. 악순환이 반복되면 재정건전성에 독이 될 수 있다.
세종=전슬기 기자 sgjun@kmib.co.kr